PF發 악재에 중소형 증권사 중심 업화 악화 우려 여전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올해 1분기 실적이 작년 4분기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규모로 쌓았던 충당금이 줄어든 가운데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에 주식 시장 거래대금이 늘어나며 위탁매매가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대형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이 높은 만큼 중소형 증권사들의 실적 개선은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화로 중소형 증권사들의 재무건전성 우려도 더 커질 거로 우려된다. 이에 증권사들의 2분기 실적 전망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등 금융지주계열 증권사들의 1분기(1~3월) 실적이 직전분기대비 크게 개선됐다. 전년 동기보다도 순이익이 증가했다.
NH투자증권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7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1%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225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2.4% 늘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104.5%, 당기순이익은 163.5% 급증했다.
KB증권의 1분기 영업이익은 253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소폭(4.1%) 감소했다. 하지만 직전분기보다는 268.0%로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40.09% 증가한 1988억원을 기록했다. 직전분기보다는 784.46% 급격하게 늘었다. KB증권 관계자는 “브로커리지 수익 확대와 리테일 채권 등 금융상품 판매 증가가 주된 배경이다”고 설명했다.
하나증권의 경우 1분기 영업이익은1090억원, 당기순이익은 899억원으로 작년 4분기 손실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전년 동기대비도 영업이익은 12.7%, 순이익은 7.8% 증가했다.
신한투자증권 또한 1분기 영업이익은 859억원, 당기순이익은 757억원으로 작년 4분기 순손실에서 흑자 전환했다. 다만 지난해 동기 보다는 영업이익은 32.5%, 순이익은 36.6% 줄었다.
한편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 주요 대형증권사들도 작년 4분기보다 실적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1분기 당기 순이익은 1499억원, 한국금융지주는 2356억원, 삼성증권은 1636억원, 키움증권은 190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1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배경엔 외부적 환경이 크게 작용했다. 올초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계획까지 발표되면서 국내 증시 또한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기 때문이다.
외적 호재로 증시가 활성화 되면서 거래대금이 증가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분기 하루 평균 주식 거래대금은 21조4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4조9000억원 늘었다. 거래대금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각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주식위탁매매) 수수료 수익도 개선됐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의 1분기 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 이유는 1분기 증시 거래대금이 호조를 보였으며 출자한 펀드의 배당금 및 분배금 등은 1분기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고 지난 4분기 보수적인 기준으로 일회성 비용을 미리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1분기 호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증권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분기부터 외부적 호재를 장담할 수 없을 뿐더라 악재만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실제 3월 들어 금리 인하 기대감이 꺾이고, 중동 전쟁 리스크가 고조된 데다, 4‧10 총선으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가 불투명해지는 등 악재가 연달아 터졌다. 그 결과 밸류업 기대감을 타고 유입됐던 거래대금이 2분기 들어서는 빠르게 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에 대한 지적도 이어지면서 상황은 악화되는 추세다. 특히 각 증권사의 부동산 PF여파에 따른 예상 손실액은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사는 국내 26개 증권사의 부동산 PF 예상 손실 규모가 4조6000억원에서 최대 7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2분기부터 증권업황이 전반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증권사들은 저마다 활로 모색에 나섰다. 신규 수익원을 찾아 부진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실제 증권사들은 최근 기업금융, 인수금융 등 이른바 '전통 투자은행(IB)'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전문 인력을 늘리고 있다. 또 외부자문 등 부수업무를 늘려 신규 성장동력 확보에도 안간힘을 쏟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분기부터 외부적 악재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증권사들마다 이를 대비하고자 움직이고 있다"면서 "기존 사업 안정화뿐만 아니라 신규 수익원 발굴에도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