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건설사 기술적 한계 돌파하며 OSC 고도화 나서
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폭우·한파에 현장 근무일수가 줄어들면서 기후와 날씨에 관계 없이 시공이 가능한 ‘탈(脫)현장 공법’(OSC)이 건설업계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11일 질병관리청이 운영하는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이달 9일까지 신고된 온열질환자는 7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4명보다 33.3% 증가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온열 사고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인 가운데 각 건설사들은 OSC 공법 등을 활용해 현장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OSC는 건물 구조물·부재·부품·설비 등을 공장에서 모듈 형태로 제작해 운반 후 현장에서 조립‧설치하는 방식을 말한다. 기상과 환경으로 급변하는 현장 상황에 구애 받지 않으면서 기존 공법에 비해 공사기간이 짧아 전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적다.
또 높은 자재 재활용률과 낮은 폐기물 처리 비용으로 대표적인 친환경 공법으로 꼽힌다.
특히 인건비가 높은 유럽 전체 건설시장 중 OSC의 점유율은 20~25%에 이르고 북유럽 국가는 4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최근 인건비 상승과 건설 인력 고령화에 고심하는 국내 업계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전망이다.
최근 OSC 공법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현대엔지니어링·포스코A&C·GS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은 관련 기술 개발 및 적용으로 기존의 공법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에서 지난해 13층 모듈러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을 완공하면서 업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현행법에 따르면 13층 이상의 건물은 주요 구조부가 화재로 인한 고열을 3시간 가량 견뎌야 한다. 이로 인해 업계는 국내 모듈러 건축물의 한계를 12층으로 인식했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이 기술적 난관을 뚫으며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
포스코A&C 역시 지난 2022년 12층 규모의 모듈러 건축물인 ‘광양기가타운’을 준공했다. 해당 건축물은 지난 3월 ‘미국 모듈러 건축협회’(MBI)가 주최한 '2024 월드 오브 모듈러' 전시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해 관련 기술력을 국제적으로 입증했다.
앞서 지난해에는 포스코DX와 모듈러 제작에 산업용 로봇을 적용한 공정 자동화를 추진하면서 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GS건설은 지난 2020년 모듈러 단독주택 전문 자회사인 자이가이스트를 설립한 이후 국내 ‘세컨 홈’시장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철골모듈러 자회사 엘리먼츠 유럽(Elements Europe Ltd.)이 영국에서 2100억원 규모의 '모듈러 임대주택' 시공 계약을 체결하는 등 해외 진출에도 열을 올리는 중이다.
정부 역시 OSC 공법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각종 지원책을 내놔 업계 기술 전환을 뒷받침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22년 ‘스마트 건설 활성화 방안’을 통해 인허가 단계에서 용적률‧건폐율‧높이 제한을 완화하는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1000호 물량 규모의 OSC 공공 주택 공사를 발주해 보급을 서두르고 있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 과정 중 이주민들을 수용할 주택 단지에 OSC 공법을 적용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OSC는 아직 기존 공법에 비해 운반비 등으로 기존 공사비보다 20%가량 높고, 국내에서는 20층 이상의 고층 주택에 적용한 사례가 전무한 상태”라며 “향후 OSC 확대와 기술 개발을 위해 관계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