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심화 여파로 신산업 육성 대책 강화 필요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수출이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새로운 국가전략 수출 품목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존 주력 품목만으로는 장기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력 품목이 수출 반등을 이끌고 있다. 무역수지도 12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했음에도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선 품목 다변화가 요구된다.
5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7% 늘어난 581억5000만달러로 집계됐다. 반면 수입은 2% 감소해 무역수지 흑자가 41개월 만에 최대치인 49억6000만달러로 집계됐다. 그간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줄어든 가운데, 수입의 감소폭이 큰 ‘불황형 흑자’를 나타낸 바 있다. 현재는 모두 플러스로 전환됨에 따라 산업계 전반에 활기가 돌고 있다. 수출은 8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고, 무역수지도 12개월 연속 플러스를 보였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수출도 상승세를 견인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4년도 1분기 중소기업 수출 동향’에 따르면, 1분기 중소기업 수출은 277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다. 작년 4분기(+1.6%)부터 플러스로 전환된 중소기업 수출은 2분기 연속 반등세를 이어갔다.
긍정적인 수출 흐름이 관측된 가운데, 앞으로의 악재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국가 수출경쟁력의 핵심으로 분류하지만, 타 국가의 매서운 추격을 받고 있다”면서 “기술뿐 아니라 가격경쟁력도 확보해야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주요 수출품목은 중국과 경쟁구도를 형성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 소나기인가 장마인가’ 보고서를 살펴보면, 올해 1분기 기준 한국과 중국의 상위 15개 수출 품목 가운데 10개 품목이 경합 중이다. 반도체와 자동차뿐 아니라 화학, 철강, 전동기, 플라스틱 제품 등이 경쟁하는 모양새다.
중국이 주요 품목에서 경쟁자로 부상한 이유는 수요와 공급의 균형 붕괴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생산량을 소화하지 못했고, 남은 생산물을 수출하는 상황이다. 이중 한국과 경쟁 중인 품목들은 국내 업체들의 반값 수준에 판매한다. 결국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압도적인 기술력이 없으면,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 올해 1분기 기준 중국산 반도체의 평균 수출단가는 t당 149만978달러로 한국산(455만2953달러)의 32.7%에 불과했다. 이외에 자동차(48.7%), 조선(76.4%), 2차전지(72.7%), 금속(49.1%), 태양광(25.3%), 플라스틱(63.7%), 섬유·의류(55.6%), 가전(57%) 등도 한국보다 낮은 가격대를 형성했다.
계속되는 경쟁구도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품목 다변화다. 주력 품목의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산업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의 노력뿐 아니라 기업의 적극적인 호응이 동시에 요구된다.
정부는 현재 10대 신산업을 지정해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10대 신산업은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 모빌리티 △친환경·에너지 △로봇 △인공지능(AI)·빅데이터 △사이버보안·네트워크 △우주항공·해양 △차세대원전 △양자기술 등으로 구성됐다. 단순 제조업을 넘어 기술 중심의 산업들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관련 육성 정책도 추진 중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275개 스타트업을 신규 선정한 데 이어 올해는 217개사(5월 기준)를 추가 선정했다. 10년차 이하 기업들이 정책 대상이다. 통상 스타트업의 기준은 창업 7년차 이하다. 기술 중심의 연구개발(R&D)이 요구되는 만큼, 대상을 확대했다.
다만 R&D 부문은 뇌관이다. 정부는 ‘R&D 다운 R&D’를 표방하며, 올해 예산을 감축한 바 있다. 올해 R&D 예산은 26조5000억원으로 작년(31조1000억원)보다 14.8% 감소했다. 긴축 구조 속에서 효과적인 기업에 지원을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신기술로 무장한 혁신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투입되는 마중물을 줄였다는 평가다. 내년에는 다시 예산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AI 스타트업 관계자는 “정부는 신기술로 무장한 신산업 중심으로 수출을 개편한다는 입장이지만, 결국 R&D 총량을 줄여 기업들의 성장사다리를 밀어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수출경쟁력과 직결될 수 있는 흐름을 차단했다고 해석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각 국은 기술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흐름과 정반대로 흘러가는 모양새”라며 “장기적인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수출 전반이 안정된 현 시점에 내수를 더욱 견고히 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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