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우리나라 수출 비중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전환되고 있지만, 여전히 양국이 전체 수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글로벌 사우스 국가 등 새로운 시장 개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국 무역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4월 한국의 최대 수출국은 미국으로 전체 수출의 20.3%를 차지했다. 반면, 중국은 18.7%로 뒤를 이었다. 3월에도 미국(19.2%)은 수출 점유율에서 중국(18.6%)을 근소한 차이로 앞선 바 있다. 두 나라가 한국 수출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수출에서 미국이 중국을 앞지른 이유로는 중국 경제의 더딘 회복과 한국 제품 수요 감소가 꼽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중국 내수 시장의 부진과 공급망 불안정, 부채 리스크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중국의 상품무역 규모는 전년 대비 5% 감소한 5조9368억 달러로,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대중국 수출경쟁력 약화와 중국 수입구조의 변화, 중국의 중간재 국산화도 중국 수출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그간 한국은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해 왔다. 그러나 산업의 변화로 중국이 중간재 수입을 줄이고 1차 산품과 소비재 수입을 늘리면서 한국 상품에 대한 수요 역시 감소했다. 그 결과 한국의 대중국 무역은 2023년 적자(180억달러)로 전환됐다. 대중 흑자를 주도했던 전자·화학 흑자가 크게 하락했고, 반도체를 제외한 중간재가 적자(75억달러)로 전환됐다.
이와 관련해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수출 비중이 늘어나고 중국의 수출 비중이 줄어들면서 중국 의존도가 줄어든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국에서의 경쟁력이 줄어든 영향이다”면서 “중국이 여전히 글로벌 경제 대국이고 세계의 제조 공장인 상황에서 중국 수출 비중이 줄었다는 사실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미국이 중국의 비중을 가져가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수출시장 다각화라기 보다는 중국의 자리가 미국으로 변경되는 것에 불과하다. 아직 수출 비중이 높지 않은 유럽연합(EU), 글로벌 사우스 국가 등의 비중을 높여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는 제3세계, 개발도상국 등으로 불리던 국가들이다. 북반구 고위도에 자리한 선진국 ‘글로벌 노스’와 대비한 용어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에는 아세안, 중동, 남미, 아프리카 등이 포함된다. 인구 및 경제규모 증가를 바탕으로 정치적, 경제적으로 영향력이 커지며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IMF 경제전망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부터 2029년까지 글로벌 사우스 국가의 GDP 성장률은 연평균 6.3%로 글로벌 노스에 비해 3.9% 빠를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 2022년 세계 15대 경제대국에 포함된 글로벌 사우스 국가는 인도, 브라질, 멕시코 3곳이었지만 2050년이 되면 인도네시아, 이집트, 사우디, 나이지리아가 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해당 국가들이 인구 측면에 우위를 점한 만큼 해당 국가 수출 비중을 늘려야 전체 수출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이들에 대한 우리나라 수출 규모는 저조한 상황이다. 지난 2023년 글로벌 사우스 국가 수출은 1865억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29.5%를 차지했다. 규모면에서는 10년 전 1800억달러에 비해 소폭 늘었으나, 비중은 10년 전에 비해 2.7%p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