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이른바 ‘좀비기업’의 수가 지난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금리가 지속되며 금융비용이 늘었는데, 업황마저 부진하며 기업 성장이 뒷걸음질 쳤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외부감사대상법인 3만2032곳 중 이자보상배율이 100% 미만인 기업 비중이 40.1%로 집계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것으로, 이자 부담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자보상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지면 버는 돈으로 이자 낼 형편도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자보상비율을 구간별로 보면 100% 미만(40.1%), 100~300% 미만(20.7%)의 기업수 비중은 전년 대비 확대된 반면, 300~500% 미만(7.5%), 500% 이상(31.7%)의 기업수 비중은 축소됐다.
강영관 한은 경제통계국 기업통계팀장은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대출금리가 상승하고, 기업들의 차입금과 평균 이자율은 증가했다”면서 “금융비용 부담이 상승하는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업황이 워낙 좋지 않아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요인으로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기업 성장성 지표도 후퇴했다. 외감기업의 지난해 매출액증가율 전년(16.9%) 대비 2.0%포인트 줄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이 전자·영상·통신장비 등이 하락하면서 이전 해(16.4%)보다 2.7%포인트 하락했다. 비제조업(-1.2%포인트)은 운수·창고업, 도·소매업를 중심으로 낮아졌다.
수익성도 떨어졌다. 매출액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은 3.8%로 전년(5.3%) 보다 1.5%포인트 낮아졌다. 제조업(6.3%→3.2%)은 전자‧영상‧통신장비, 석유정제·코크스, 화학물질‧제품을 중심으로 하락했다. 다만 비제조업은 전기가스업의 적자폭이 크게 축소되며 상승(4.1%→4.4%)했다.
수익구조를 보면 매출액영업이익률은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중(79.9%→80.6%) 및 판매관리비 비중(14.8%→15.6%)이 상승하며 전년 대비 하락했다.
법인세차감전순이익률(5.1%→4.4%)도 영업외손익이 흑자로 전환됐지만 영업이익이 더 크게 감소하면서 전년 대비 하락했다.
안정성 지표는 소폭 나아지거나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부채비율(105.0%→102.6%)이 전년보다 하락했고 차입금의존도(28.8%)는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제조업·비제조업과 대기업·중소기업의 부채비율이 모두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