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신문고]‘뜨거운 감자’ 정년연장…“임금체계 개편 논의 수반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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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신문고]‘뜨거운 감자’ 정년연장…“임금체계 개편 논의 수반돼야”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4.06.18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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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높은 인건비, 생산성 저하 부담 요소
“과실은 정부가 얻는데…기업 당근책도 절실”
현대자동차 노사 대표가 지난달 23일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2024년 임금협상 교섭 상견례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 노사 대표가 지난달 23일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2024년 임금협상 교섭 상견례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노동계에서 정년 연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국내 최대 단일노조인 현대차의 임금·단체협상(임단협)에선 수년째 정년 연장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고 있다. 노조는 연령별 국민연금 수급과 연계해 정년을 만 60세에서 만 64세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퇴직 후 연금 수급까지 소득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달 발간한 ‘제22대 국회 입법정책 가이드북’을 통해 정년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냈다. 입법조사처는 “저출산 고령화 심화에 따른 노동 공급 부족과 연금 재정 악화, 이로 인한 미래세대의 높은 부담 등을 고려할 때 정년 연장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2013년 법정정년을 60세로 연장했지만 실제 퇴직연령은 49.3세로 10년 이상 차이가 난다.

하지만 고임금 고령 노동자를 감당해야 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책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인협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현재 60세인 정년을 65세로 연장할 경우 한해 약 15조9000억원 수준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배동희 노무법인 하이랩 대표노무사는 “우리나라의 노동정책은 일본 제도를 가져오는 과정에서 나라가 부담해야 할 부분을 기업에 전가시키는 경향이 있다”면서 “정년 연장하면 당장 기업들의 부담이 큰데, 과실은 나라가 얻는 셈”이라고 했다.

또 “세금 걷어 주는 게 연금”이라며 “현재 연금 수급과 정년 사이 간격이 발생해 국가 세수확보 차원의 문제가 있고, 걷히는 게 당장 적으니 정년 연장을 통해 재정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 고임금의 고령 노동자를 감당해야 하는 기업들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임금체계는 연공급에 기반을 두고 있어서다. 연공급이란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체계로, 호봉급이 대표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령 직원의 높은 인건비와 업무 성과는 우상향하지 않는다”며 “고비용 저생산성에 따른 문제는 기업의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사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나홀로 과도한 짐을 지는 게 아니라,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주에게 조성금을 지원하는 당근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조사 결과를 보면 1021개 기업 중 응답 기업의 58.2%가 정년 연장에 부담이 된다고 답하면서 연공급 임금체계로 인한 인건비 증가(50.3%)를 가장 큰 부담 요소로 꼽았다. 생산성 저하(21.2%), 조직 내 인사 적체(14.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때문에 재계는 정년 연장 이슈는 사실상 우리나라 노동법 전반의 문제와 함께 다뤄야 한다고 본다. 특히 연공급 임금체계 개편 없이 고령자 고용 정책을 논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앞서 손경식 경총 회장은 “고령 인력 활용에 대한 기업 부담을 줄이고, 신규 채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재고용 중심의 계속고용 정책이 적절하다”며 “그 과정에서 현행 연공급 임금체계의 문제점을 먼저 해결해야만 고령자 계속고용 정책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년 연장의 핵심은 ‘임금’과 ‘직무’ 관리”라며 “정년 연장은 법적 부분이라, 그 전에 일본처럼 고용연장 방식으로 갈 것”이라며 “최근 일본에서 정년 70세 얘기가 나오는 건 ‘임금 곡선 조정’을 위시한 사전 작업을 잘해놨기 때문이며, 우리도 임금을 전반적으로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정년 연장은 개별기업의 노사 협상만으로 풀 수 없는 과제로 꼽힌다. 특히 전후방 파급력이 높고 노동계 영향력이 큰 현대차에선 사회적 합의 없이 임단협에 정년 연장이 지속 거론되는 게 곤혹스러운 실정이다.

다수의 전문가는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 시절 정년 60세 연장이 도입됐듯,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고 봤다. 오계택 선임연구위원은 “정년 연장 문제는 개별기업, 한 부처의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다”며 “범부처의 협업과 한 정권의 명운을 걸고 덤벼야 하는 사안”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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