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낡은 규제가 발목을 잡아 복합 위기를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19일 한국경제인협회의 최근 5년간(2018~2023년)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 현황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이커머스 회사의 매출 순위는 1위 아마존(미국), 2위 징동닷컴(중국), 3위 알리바바(중국), 4위 핀둬둬(중국), 5위 쿠팡(한국) 순이다.
한국은 e커머스 시장 규모는 228조9000억원으로 세계 5위를 기록했다. 중국(3954조2000억원)이 1위, 미국(1521조6000억원), 영국(256조3000억원), 일본(252조9000억원)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C커머스(중국 전자상거래)의 한국 진출과 급성장 때문이다. 올해 5월 기준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순위는 쿠팡 1위, 알리익스프레스 2위, 11번가 3위, 테무 4위, G마켓이 5위를 차지했다. 특히 테무는 지난해 7월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11개월 만에 4위에 올랐다.
국내 유통업계는 압도적인 자본력을 앞세워 생태계를 뒤흔드는 C커머스의 공습과 각종 규제로 이를 견제할 수 없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낡은 규제와 플랫폼법 등이 오히려 국내 유통사의 성장을 옥죄고 C커머스의 고속성장을 가속화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업계의 불안이 가중되는 가운데 국회에서는 그동안 발의됐던 플랫폼 규제 법안과 유사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독점규제 및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온플법)이 발의됐다. 쿠팡의 자기 제품 우대가 불공정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자 플랫폼 규제 법안 제정이 도마에 오른 것이다.
이전 국회에서도 플랫폼 규제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왔으나 국회 입법조사처가 규제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정부에서도 반대 목소리를 내 재검토에 들어갔다. 하지만 총선 이후 쿠팡의 불공정행위까지 대두되면서 다시 법안 제정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KC인증을 받지 않는 해외 제품의 직구를 금지하는 규제를 추진했다가 역풍을 맞기도 했다. 해당 규제는 국민 안전을 해치는 해외직구 제품 원천 차단이라는 이름 하에 국내 기업을 지키고자 하는 시도로 해석됐지만, 수입‧중개업을 하는 소상공인과 소비자의 질타를 받은 것은 물론 물론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조차 무리한 규제였다고 비판했다.
계속되는 규제가 현장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정부와 국회, 현장의 불협화음은 심화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을 규제하는 것은 글로벌 트렌드에도 역행하고, 현재 논란이 된 불공정행위를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아니다”면서 “규제 중심의 유통 정책을 개선하고 국내 중소 유통‧제조사에 지원을 제공하는 등 근본적인 대응책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