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서울 서초구가 전국 최초로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을 대폭 완화하며 새벽배송의 길을 열었다. 그러나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 휴업 폐지·완화는 지자체별 조치가 아닌 근본적인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현행 유통법에 따르면 전통시장을 비롯한 지역 골목상권을 보호하자는 명분에서 대형마트가 매월 2회씩 공휴일에 휴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오전 0∼8시(8시간)에는 운영이 금지된다. 특히 해당 시간에는 온라인 주문 배송도 제한돼 특별히 지자체의 허가를 받지 않는 이상 새벽배송은 불가하다.

하지만 해당 규제가 상권 보호 효과는 미미하고, 소비자 편익만 저해하며 역차별 등의 부작용이 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4년 전체 유통 채널에서 27.8%를 차지했던 대형마트 매출 비중은 2024년 4월 기준 13.3%로 급락했다. 오프라인 채널 매출 부동의 1위를 기록하던 대형마트는 백화점에 이어 편의점에도 밀려 3위로 전락했다.

변화를 위한 촉구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는 지난 1월 민생토론회에서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 공휴일 지정 원칙을 삭제하고 온라인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규제 개선안을 내놨지만,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유사한 취지의 개정안도 야당의 반대로 소관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 폐지·완화는 윤석열 정부가 ‘규제개혁 1호’로 꼽았던 안건이지만, 여소야대 정국인 제22대 국회에서도 유통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는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의무 휴업은 대구, 청주, 부산 등 지자체를 시작으로 평일 전환 움직임이 이어졌다. 현행법상 지자체가 이해당사자와 협의해 의무 휴업일을 조정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서초구는 전국 최초로 대형마트 및 준대규모점포의 영업제한 시간을 기존 오전 0∼8시(8시간)에서 오전 2∼3시(1시간)로 변경하는 내용의 행정예고를 했다. 이에 따라 서초구 관내 대형마트는 오전 2~3시를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 영업할 수 있게 되며, 사실상 영업시간의 제한을 받지 않고 새벽배송을 포함한 전면적인 온라인 영업이 가능하게 됐다. 

앞서 서초구는 지난 1월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대형마트 의무 휴업 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전환했다. 동대문구도 2월부터 대형마트 의무 휴업 일을 매월 둘째·넷째주 일요일에서 매월 둘째·넷째주 수요일로 변경했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실시한 의무 휴업일 평일 전환지역 이용자 조사결과 평균 만족도는 81%에 달했다. 서초구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평일로 전환된 이후 구내 한 대형마트에서는 1~5월 일요일 평균 고객 수가 전년 대비 10%가량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서초구 사례는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 제한 완화를 통해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편익을 확대해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며 “영업시간 규제가 없었다면 발빠르게 전국 대형마트들이 새벽배송 시스템을 도입했겠지만 현재 시장 판도는 이커머스 업체로 넘어간 상황이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므로 바로 새벽배송을 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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