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재정 당국 법 개정 추진…여야 대치 변수로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합성 니코틴이 포함된 전자담배가 새로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현행법상 담배로 정의되지 않아 각종 규제를 피하고 있으며, 청소년들에게도 쉽게 노출돼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합성 니코틴을 '담배'로 규정하기 위한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행 담배사업법은 담뱃잎으로 생산된 제품과 줄기 및 뿌리에서 추출한 천연 니코틴으로 만든 제품만을 담배로 정의하고 있다. 반면, 합성 니코틴을 사용한 액상형 전자담배는 법적으로 '유사 담배'로 분류돼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로 인해 지방교육세, 담배소비세,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등 각종 세금에서 제외되며, 경고 문구 및 그림 표기, 니코틴·타르 성분 공개 등 의무에서도 자유롭다.
이러한 규제의 부재로 합성 니코틴 전자담배는 온라인을 통해 손쉽게 구입할 수 있어 청소년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담배 회사들은 세련된 디자인에 향을 가미한 제품들을 앞세워 젊은 층을 겨냥하고, 청소년들은 경각심 없이 이를 접하는 상황이다. 청소년 사이에서 합성니코틴이 새로운 흡연 문화로 떠오르고 건강권마저 위협하는 것이다.
질병관리청의 ‘2023 청소년 건강행태 조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남자 청소년(중1~고3)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전년(4.5%) 보다 소폭 줄은 3.8%다. 2020년 2.7%, 2021년 3.7% 매년 감소세를 보인 것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다. 특히, 여학생의 경우 2022년 2.2%에서 지난해 2.4%로 사용률이 늘었다.
합성니코틴 담배에 대한 논란이 지속 제기되자 관계당국도 움직이는 모습이다. 보건복지부와기획재정부는 담배사업법의 ‘담배’의 정의에 합성 니코틴을 넣도록 하는 법 개정에 나설 계획이다. 국회의원 입법발의 방식으로 관련 개정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제22대 국회가 원 구성을 놓고 여야간 강대강 대치가 벌어지고 있어 관련 법 개정이 순탄하게 이뤄질지 미지수다.
이 가운데 BAT그룹이 이르면 올해 합성니코틴 담배를 국내에 선보인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세부적인 출시 시점, 제품 스펙 등은 마련되지 않았으나, 합성니코틴 제품 출시 가이드라인은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합성니코틴 규제 빈틈을 비집고 이익을 누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으나, BAT 역시 합성니코틴 규제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BAT의 이같은 행보로 장기간 표류했던 합성니코틴 문제 해결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합성니코틴 담배와 관련해 이전 국회에서도 여러차례 논의를 해왔지만 결론을 끝내 도출하지 못해 여전히 다양한 문제가 나오는 상황”이라며 “법 개정을 통해 담배 범위가 넓어지게 되면,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어 시장에도 순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