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코리아] 1군 브랜드도 부실 공사···해결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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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코리아] 1군 브랜드도 부실 공사···해결책은?
  • 권한일 기자
  • 승인 2024.06.25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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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붕괴 사고···하자 논란 확대일로
대안 있지만 공사비·분양가 직결 발목
부실 공사와 하자 논란으로 소비자와 건설업계가 동시에 몸살을 앓고 있다. 아파트 건설 현장 입구에서 시멘트 배합 상태를 확인하는 모습. 사진=권한일 기자
부실 공사와 하자 논란으로 소비자와 건설업계가 동시에 몸살을 앓고 있다. 아파트 시공 현장 입구에서 시멘트 배합 상태를 확인하는 모습. 사진=권한일 기자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부실시공과 하자 논란은 수십년째 새 아파트 입주자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소위 1군 메이저 건설사들이 시공한 아파트에서도 문제가 속출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신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더욱이 부실시공으로 대형 붕괴 사고가 발생하거나 외관상 문제가 크지 않을 경우 입주민과 시공사, 하도급업체간 하자 보수를 둘러싼 책임 공방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보니 업계를 향한 시선도 곱지 않은 현실이다.

업계 안팎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최저가 낙찰제 개편과 원청 책임 소재 및 설계·시공·감리 등 사업 전반에 걸친 관리 감독이 강화돼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하심위)에 따르면 2014년 약 2000건이던 하자 분쟁 처리 건수는 지난 2월 집계 기준으로 연평균 4300건으로 늘었다. 연도별 하자 접수는 △2019년 4290건 △2020년 4245건 △2021년 7686건 △2022년 3027건 △3313건 등이다. 최근 5년 새 아파트 입주자들의 하자 분쟁 신청·처리 건수가 과거에 비해 2배 넘게 폭증한 셈이다.

특히 국토부가 공사실적·경영상태·기술력·신인도 등을 종합해 공시하는 토목건축 시공능력평가액이 3조원을 넘는 1군 건설사가 원도급한 아파트에서도 예외 없이 하자가 들끓고 있고 일부 현장은 무분별한 부실시공으로 붕괴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원도급사) 중 지난 5년간(2019년 1월~2024년 2월 접수·판정) 하자 판정이 가장 많았던 건설사는 △GS건설(3284건 접수·1646건 판정, 50.1%) △대우건설(1886건·360건, 19.1%) △DL이앤씨(777건·326건, 42.0%) △롯데건설(839건·221건, 26.3%) 등이다.

이 가운데 최근까지 심각한 부실시공 문제로 외부에 문제가 공론화된 단지는 △광주 화정 아이파크(HDC현대산업개발 시공·붕괴) △인천 서구 원당 검단신도시 안단테(GS건설·붕괴) △전남 무안 오룡 힐스테이트(현대엔지니어링·외벽 뒤틀림 등) △서울 서초 방배그랑자이(GS건설·중국산 짝퉁 유리) △충남 당진 푸르지오 클라테르(대우건설·곰팡이) 등이 꼽힌다. 

아울러 △서울 강남 개포자이프레지던스(GS건설) △인천 검암역 로열파크시티(대우건설) △경기 고양 힐스테이트 라파아노삼송(현대건설) △서울 노원 롯데캐슬 시그니처(롯데건설) 등은 각 지역 랜드마크급 신축 아파트로 각광 받았지만, 작년 장마철에 침수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지난해 장마철 폭우로 물에 잠긴 서울 시내 한 아파트 주차장 모습. 사진=독자 제공
지난해 장마철 폭우로 물에 잠긴 서울 시내 한 아파트 주차장 모습. 사진=독자 제공

이외에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입주 예정자 전용 대화방에선 하루에도 무수한 신축 하자 의혹 불만들이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건설업계와 전문가들은 원자잿값 급등에 따른 원가 상승 문제와 고질적인 최저가 입찰·낙찰제, 불법 하도급 관행, 숙련공 부족, 단순직 외노자 급증, 관리 부실, 무리한 준공 목표 시점 설정 등이 복합적으로 불러온 결과로 보고 있다.

공공·토목 공사는 물론 상당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적용 중인 최저가낙찰제는 원도급 건설사의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제도지만,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폐해가 확산하고 있다. 

하도급사들은 공사비를 최대한 아끼기 위해 현장 전문 인력을 줄이는 대신 저렴한 자재 사용과 비숙련 외국인 고용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최근 몇 년간 건설·화물 노조 파업 및 철콘연합 농성에 따른 잦은 현장 셧다운과 코로나19 현장 폐쇄 등이 이어졌지만, 공사 기간 연장은 제대로 되지 않다 보니 문제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양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원청에서 하청,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다단계식 하도급 관행을 뿌리 뽑고 관련 법을 개정해 전체 공정의 최소 50% 이상을 원청이 직접 시공해 부실·하자 문제를 둘러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또 시행사가 감리업체를 지정하는 것과 별개로 공공·지자체에서도 민간 시공 과정을 관리·감독할 수 지역별 건축센터 건립 등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 같은 대안들은 공사 원가 급등과 분양가 상승으로 직결되고 결국 소비자들의 불만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하청을 끼지 않고 시공할 수 있는 원청이 극소수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단지 규모나 책정된 공사비에 따라 나뉘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지금도 조합 분담금·공사비 책정·고분양가 문제로 들끓고 있는데, 직접 시공 비율 의무화 및 자재 관리 강화 등이 이어지면 그땐 또 다른 불만이 터져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기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공에서 감리의 역할이 제한적이고 하자 보수에 대한 소비자들의 태도 변화로 최근 하자 신청 수가 늘었다"며 "시행사·시공사, 감리·설계사 등의 종합적인 인식 개혁을 비롯해 정부도 하자 분쟁에 대한 통합적인 관리·감독 기구를 만들어 하자 정보를 교환하는 등 근본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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