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규 취업자 68개월 만에 최저치, 기업 활력 높여 ‘고용 쇼크’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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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신규 취업자 68개월 만에 최저치, 기업 활력 높여 ‘고용 쇼크’ 막아야
  •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 승인 2024.06.20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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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매일일보  |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코로나19 고용 절벽이 있던 2021년 2월 이후 최소 폭을 기록했다. 전달 일자리가 약 26만 개 증가했음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증가 폭이 3분의 1 수준으로 널뛰기를 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6월 12일 발표한 ‘5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전년 동월 2,883만 5,000명에서 2,891만 5,000명으로 겨우 8만 명(0.3%↑) 늘어나는 데 그쳐 39개월 만에 최소를 기록했다. 반면 실업자 수는 1년 전 78만 7,000명에서 88만 4,000명으로 무려 9만 7,000명(12.3%↑)이나 늘어 39개월 만에 가장 많이 증가했다. 실업률도 지난해 5월 2.7%에서 0.3%포인트 올라 3%에 달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도소매업 취업자가 1년 전 330만 9,000명에서 올해 5월 323만 6,000명으로 무려 7만 3,000명(2.2%↓) 줄어드는 등 내수 부문의 취업자가 급감했다는 점이다. 

이번 발표한 ‘5월 고용 동향’은 내수 부진으로 인한 고용 한파를 우려하게 만드는 수치들로 가득하다. 청년 고용 사정은 더욱더 팍팍하다. 15~29세 취업자 수가 1년 전 400만 5,000명에서 올해 5월 383만 2,000명으로 17만 3,000명(0.7%포인트↓) 줄고 15〜29세의 청년 실업률은 5.8%에서 6.7%로 1년 새 0.9%포인트나 뛰었다. 

고용원이 없는 1인 자영업자 역시 1년 전 435만 6,000명에서 424만 2,000명으로 11만 4,000명(2.6%↓)이나 급감했다. 이는 2018년 9월 11만 7,000명 이후 68개월 만의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고용원 없이 일하는 ‘나 홀로 자영업자’의 경우 내수침체로 인해 매출이 감소하고 폐업이 급증한 결과다. 

특히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안도걸 의원은 지난 6월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내수침체로 매출이 감소하고 폐업이 급증하면서 신규 취업자가 11만 4,000명 감소해 6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라고 밝혔다. 참으로 암울한 통계로 구직자들이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 고용률이 심각하게 줄어드는 이른바 ‘고용 쇼크’ 수준의 지표가 나온 것이다.

정부는 고용 조사 기간에 공휴일인 석가탄신일(5월 15일)이 끼어 있던 탓이라며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전년 동월 대비 신규 취업자수가 10만 명 밑으로 떨어진 비상 상황임에도 불구 정부는 ‘고용률이 70%로 최고치’라며 낙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문제는 고용상황이 ‘고용 쇼크’ 수준으로 급격히 악화일로(惡化一路)를 치달린 점이다. 계절에 따른 변동을 조정했을 때의 전체 신규 취업자 수는 11만 7,000명 감소하며 전월 대비 및 전 년 동월 대비 모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경기도 관광객 유입 등에 힘입어 회복되고 있단 입장이지만 정부의 낙관론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경제 저변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자 실핏줄인 700만 자영업자는 국내 전체 취업자의 20%를 차지하는 경제 주체다. 그러나 이들이 고금리·고물가와 급변하는 시장 여건 때문에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자영업이 무너지게 되면 민생은 도탄에 빠지고 경제는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지난 6월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3월 말) 기준 은행권의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0.54%로 직전 분기 0.48% 대비 0.06%포인트나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지속했던 2012년 12월 0.64%를 기록한 데 이어 2년 3개월 만인 2015년 3월 말 0.59%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해 자영업 폐업률은 9.5%로 2022년보다 0.8%포인트 올랐다. 자영업 종사자에 해당하는 비임금 근로자가 지난 5월에 12만 8,000명이나 줄어든 이유다. 

지난 6월 12일 한국은행은 외감법인 3만 2,032곳의 작년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 비중이 무려 40.1%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자보상비율은 1년간 벌어들인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영업이익 / 이자 비용)이다. 100% 미만이면 번 돈보다 상환할 이자액이 더 많은 취약기업 이른바 ‘좀비 기업’을 의미한다. 

취약기업 비중은 2021년 34.1%, 2022년 34.6% 등 최근 3년간 증가세다. 다시 말해 지난해 번 돈으로 이자 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좀비 기업’이 10년 내(來) 최고(40.1%)를 기록해 언제 도산해 실업자를 쏟아낼지 모르는 한계 기업들이 적지 않다는 경고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러한 잠재적 고용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의 주체인 기업 경영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옥석 가리기’를 통해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우량 기업에는 과감한 규제 혁파와 세제·금융 지원으로 성장 활로를 열어줘야만 한다. 

자영업자가 양질의 임금 근로자로 전환될 수 있도록 취업 교육 강화와 취약층 생계 안정을 위한 세심한 지원을 병행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기본이다. 생계형 영세 자영업자들에 대해서는 채무 재조정 등 선별 지원책을 통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게 시급하다. 물론 무분별한 탕감 등 도덕적 해이는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 

더 나아가 사업형 성공 자영업은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산업 진흥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도 있다. 무엇보다도 기업의 활력 높여 ‘고용 쇼크’만은 막아야 한다. 한편 과도한 임금 인상이 일자리 참사로 이어지지 않도록 최저임금 인상 결정 과정에서도 신중함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갈수록 심화하고 고착화하는 청년 취업난의 근본 해법은 혁신과 성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에 활력을 불어넣어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도록 하는 것뿐이 없다. 청년들의 건전한 근로 의욕을 고취(鼓吹)시키고, 우리 경제의 활력을 되찾으려면 일하기 좋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구인난에 허덕이는 중소·지방 기업들과 구직자들의 ‘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 해소를 위해 경쟁력을 갖춘 매력적인 강소(强小) 기업 육성에도 공격적으로 서둘러 나서야만 한다. 

이번 발표한 ‘5월 고용 동향’은 비경제활동인구 중 연령계층별 ‘쉬었음’ 인구가 15∼29세의 청년층에서 지난해 5월 38만 6,000명에서 올해 5월 39만 8,000명으로 1만 3,000명(3.3%↑)이나 늘어났다. 특히 30대(4만 8,000명, 19.0%↑)와 40대(3만 5,000명, 15.2%↑) 등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그냥 ‘쉬었음’ 청년이 늘어나는 근본 이유는 구직 청년의 눈높이와 고용 조건의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대기업·중소기업과 취업준비생 간의 ‘일자리 엇박자(Mismatch)’는 실업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악순환을 거듭해 왔다. 우선 ‘모래주머니’ 같은 규제 사슬을 과감히 혁파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줘야만 한다. 무엇보다도 부양가족이 있을 가능성이 큰 30∼40대 일자리 창출이 가장 중요하다. 

그동안 내수침체를 외면해온 사이 ‘나홀로 자영업자’와 ‘20대 청년층’ 등 취약계층 전반의 고용이 양과 질 양면에서 모두 악화됐다. 지금은 취약계층의 고용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자영업자를 지원할 특단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경제의 허리이자 중심축인 30·40세대의 일자리 대책에 정부의 깊은 고민과 슬기로운 지혜를 간곡히 요구한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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