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용 기자 | 노동 관련 법안들이 소상공인 경영에 부담을 주면서, 일부 업주들이 법망을 피하려 최소한의 고용 기준만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소상공인들의 성장 기피 현상은 고용 시장 악화로 급속히 번져 관련법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으로 소규모 자영업자는 물론 피고용인 사이에서도 업무 환경이 악화됐다는 부정적 여론이 나온다.
중처법은 올해 1월 27일부터 상시 근로자 수 5인 이상의 모든 기업에게 적용되므로, 소상공인도 범위 내 있다. 이에 일부 업주들은 기존 인력을 줄이는 방법을 통해 법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추세다.
일례로, 을지로의 한 카페 사업주는 올해 1월까지만해도 평일 근무자(월~목) 4명에 더해, 바쁜 주말(금~일)에만 3명을 추가로 아르바이트로 고용(주말 근무자 총 7명)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른 상시근로자 수는 △영업일 동안 일한 근로자 수에서 △영업일을 나누는 계산법을 사용한다. 해당 카페의 상시근로자 수는 지난 1월 기준 (4X19)+(7X12)=160이 된다. 여기서 영업일인 31일을 나누면 5.1명이 되므로, 중처법 적용 대상이 된다. 보통 상시근로자 수를 판단해야 할 상황은 사건 발생으로부터 1개월 전을 기준으로 한다.
대학교 개강이 시작된 3월부터 아르바이트생 2명이 그만둔 이후, 카페 점주는 더 이상의 추가채용을 하지 않았다. 이렇다보니 매출도 줄었다. 남은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빵 판매 수량을 줄였기 때문이다. 월 매출은 10% 이상 하락했다.
또 아르바이트생 입장에선 ‘양질의 일자리’ 2석이 사라진 셈이 됐다. 해당 카페의 시급은 1만2000원으로 동종 업계에 비해 비교적 높고, 역세권에다 업무 강도도 낮아 대학생들로부터 선호받는 자리였다.
충무로의 한 인쇄소는 법적으로 추가 인력을 채용할 여력이 됐지만, 사업주는 직원 수를 4명으로 유지하고 있었다. 해당 회사 관계자는 “원래 가장 일거리 많은 가정의 달에는 무조건 아르바이트 두세명을 썼다. (상시근로자 계산법에 따라) 일정 기간내라면 한두명 더 알바를 고용할 수 있었지만, 사장이 5명이 넘으면 안된다고 우기며 거절했다”고 토로했다. 손이 부족해 일감 수주를 덜하다보니 매출은 줄고, 보너스도 줄었다고 덧붙였다.
자영업계에서 중처법이 일자리 감소 및 매출 하락의 주범으로 지목된 만큼, 적어도 소상공인이 해당하는 범위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시근로자수가 한명이라도 더 늘어 소상공인에 해당하지 않게 된다면, 전기요금 지원, 고용보험료 지원 등 사업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특히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진다.
을지로 카페 사장은 "중처법 포함 범위가 늘어났으면, 적어도 소상공인 범위도 늘어나야 형평성에 맞지 않나 싶다. 중처법이 좋은 취지의 법이란 건 이해하지만, 업주 입장에선 리스크다. 주변에선 겨우 직원 한두명 고용하는 정도로 쩨쩨하게 군다고 하는데, 사업주 입장에선 그 한두명 차이로 그동안 받던 지원을 모두 포기해야 한다. 결국 자영업자 스스로 성장을 거부하는 결과만 낳았고, 실제로 우리 가게 일자리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