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으로 이동할 유인책 필요…초기 중견기업 지원 확대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대내외적 경영여건 악화에 중견기업으로 이동하는 중소기업의 움직임이 둔화하고 있다. 이에 정부가 초기 중견기업들에게 적용되던 중소기업 수준의 지원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며 제도 개편에 나섰다. 중견기업으로 도약하며 겪는 문제들을 줄여 중소기업의 성장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24일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내수 소비 위축과 대-중소기업 간 생산 및 수출 격차가 중소기업 경기 회복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최근 수출 회복세는 중소기업의 경기 부진을 일부 완화하는 데 기여했다.
지난 3월 중소기업 생산은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에서 감소세를 보였다. 전년 동월 대비 중소기업 제조업 생산은 9.2%, 서비스업 생산은 0.4% 하락했다. 내수소비가 부진하면서 숙박·음식점업, 도소매 등의 업종에서 부진이 두드러졌다. 반면, 대기업의 제조업 및 서비스업 생산은 각각 2.6%, 1.7% 증가했다.
올해 1분기 중소기업 수출은 277.6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다. 화장품, 자동차부품, 반도체 관련 품목의 호조세로 2분기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총 수출액 중 중소기업의 비중은 17.0%로 전기 대비 0.1%p 감소했다.
중소기업 성장 부진에는 내부적 요인도 영향을 미쳤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이 자금조달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연구개발(R&D) 투자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해외진출을 통한 판로 확대에서도 정보 부족, 마케팅 부재, 법무·회계 리스크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신규사업 진출, 사업 재편 등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스케일업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 정부 지원이 중단될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에 중견기업으로의 이동을 주저하는 경우도 많다. 중견기업으로 변경되면 민간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고, 세액 공제 등의 지원 혜택이 크게 축소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이달 초 중소기업의 성장을 유인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졸업 중소기업(초기 중견기업) 지원을 확대하고, 중견기업과 중소기업간 정부지원 격차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이 자연스럽게 중견기업으로 도약하도록 돕는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기업규모 증가로 중소기업 기준을 초과해도 세제상 중소기업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유예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한다. 코스피·코스닥 상장 중소기업은 2년을 추가 유예해 총 7년간 중소기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중소기업 당시 받았던 R&D예산도 다년도 사업일 경우 잔여기간 모두를 수행하도록 해 기술개발에서 차질이 없도록 한다. 더불어 유예기간 이후 중견기업에 대해 최초 3년간 높은 R&D·투자세액공제율을 적용한다.
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이동한 후 경영상 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지원 격차 축소에도 나선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된 후 지원 혜택이 큰 폭으로 축소된다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모든 중견기업의 고용촉진장려금을 중소기업 수준으로 확대한다. 정부 R&D에 참여하는 초기 중견기업(매출액 3000억원 이하)의 현금부담 비율도 중소기업 수준으로 완화한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 지원사업에 참여하던 중견기업들이 유사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우대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유예기간 연장과 관련해 엄부영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단순히 정부 지원금 하나 때문에 중견기업으로 이동하지 않는 사례는 소수일 뿐”이라며 “오히려 해외 진출 등의 이유로 중견기업으로 이동했으나, 정부사업 입찰 등에서 제외되면서 다시 중소기업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는 초기 중견기업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3년이란 유예기간은 초기 중견기업이 경영상의 변화에 대응하기에 부족한 편이었다”면서 “유예기간 연장은 초기 중견기업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