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실업률 줄었지만, 체감물가 부담 커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불안정한 물가와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의 한숨만 깊어지는 가운데, 악화된 형편에 맞춰 불필요한 소비 대신 재테크와 짠테크 등에 나서는 소비자 행태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1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체감실업률과 체감물가상승률을 활용해 국민(15∼69세)이 느끼는 경제적 고충 수준을 보여주는 체감경제고통지수를 산출한 결과, 지난해 12.5를 기록해 전년(15.8) 대비 3.3포인트 떨어졌다.
해당 지수가 하락한 데에는 체감실업률 하락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체감실업률은 공식 실업자 통계로 포함되지 않는 대상인 시간제 근로자, 취업준비생, 구직단념자 등을 실업자로 간주해 계산한 실업률이다.
다만, 체감실업률 하락에도 일자리 질은 저하됐다. 지난해 주 36시간 이상 근로자는 2051만1000명으로, 5년 전인 2018년 2066만6천명 보다 0.8% 줄었다. 이에 반해 주 36시간 미만 근로자는 지난해 605만6000명으로 22.7% 늘었다.
또, 일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부업을 병행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부업근로자는 2018년 38만5000명에서 2023년 48만1000명으로 5년간 24.9% 불어났다.
특히, 소비지출 비중이 높은 외식 물가, 공공요금 등 상승세가 이어져 체감 물가 부담은 여전히 상존하는 상황이다.
통계청이 공개한 지난해 지출목적별 물가상승률을 톺아보면, 의류 및 신발(6.7%), 음식 및 숙박(6.0%), 기타 상품 및 서비스(5.8%), 식료품(5.5%), 가정용품 및 가사서비스(5.4%) 순으로 상승폭이 컸다.
지출목적별 소비지출 비중은 음식·숙박(15.9%), 식료품(13.2%). 주택·수도·전기·연료(11.4%) 등으로 국민들의 지출이 많은 곳에 물가 상승 수준이 컸다.
이처럼 체감 실업률 개선에도 소비자들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불가피한 현실이 되자 금테크, 홈파밍 등 각종 재테크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으로 실물 자산의 가치가 높아진 데 이어 금리 변동성 등에 대한 기대감까지 겹친 만큼, 금테크 열풍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귀금속을 금은방 등 특정 채널을 통해 접해야 했지만, 최근에는 편의점에서도 금을 만나볼 수 있다.
편의점은 뛰어난 접근성을 앞세우는 한편, 고정 가격으로 금을 선보여 소비자가 차익 실현을 기대할 수 있다. CU의 경우 판매 시점 시세 대신 제조 시점 시세를 기준으로 정찰제 판매하고 있다. 향후 CU는 금 상품에 대한 고객 수요를 파악하고, 오는 하반기 안으로 금 상시 판매가 가능한 주문형 키오스크의 점포 구축을 검토 중이다.
파테크, 배추테크 등을 비롯한 ‘홈파밍’도 확산하고 있다. 홈파밍은 야채를 직접 키워 먹는 것을 의미한다. 채소 모종 또는 씨앗의 경우 한번 심어놓으면 여러번 수확도 가능하다. 이밖에도, 세심한 가격 비교를 통해 채소를 구매하는 소비자, 저렴한 못난이 과일·채소를 구입하는 소비자 등도 늘어나고 있다.
한편, 고물가로 채소류, 화훼류 등 가격이 오르자 홈파밍 특수 효과를 누리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교원 웰스에 따르면, 지난 1~4월 식물재배기 판매량 지난해 동기 대비 27% 늘었다. G마켓에 따르면, 지난 1~3월 채소 키우기 세트 판매량이 전년 동기 보다 180%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불황 장기화로 지출력이 감소하면서 소비자들이 되도록이면 아끼고 효율성을 늘릴 수 있는 수단을 모색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거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