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시장 회복 기대 점점 낮아져…성장률 높은 나라로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내수 부진이 극심하자 식품업계가 동남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5월 재화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액지수(불변)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3% 감소했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15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다. 소매판매는 최근 24개월 중 20개월간 모두 감소했다.
반면 해외에서는 불닭볶음면을 필두로 K-푸드 열풍이 불면서 식품업체들이 해외 판로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한국 문화 선호도가 높고 국가차원에서도 친기업 정책을 펼쳐 국내 기업이 정착하기 좋은 시장이다.
대상, 팔도, 하이트진로 등은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베트남을 교두보로 점 찍고 추가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도 안정적이고 올해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6%대에 육박해 글로벌 성장을 목표로 하는 국내 기업에게 적합한 국가다.
하이트진로는 첫 해외 생산 공장 부지를 베트남 타이빈성 그린아이파크산업단지 안에 축구장 11배 크기인 8만2983㎡(약 2만5000평) 규모로 확정했다. 내년 건축 공사를 시작해 오는 2026년 완공하는 것이 목표다.
하이트진로싱가포르는 해외 공장 건립 추진 배경으로 △해외 소주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세 △원가 경쟁력 △현지 브랜드 및 제품 출시 가능성 등을 들었다. 하이트진로는 자사 소주 수출량이 연평균 약 15%씩 오름세를 보이고 있고, 10년 뒤 해외 소주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3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대상은 자회사인 대상베트남과 대상득비엣이 각각 베트남 북부 하이즈엉성과 흥옌성에 제2공장을 완공하고, 글로벌 생산 역량을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해 대상은 베트남에서 식품과 소재 사업을 합쳐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6년 전인 2017년 대비 2배 가까이 성장한 수치다.
이에 대상은 베트남 사업 확대를 위해 2개 공장에 총 300억원 수준의 투자를 단행하고 각각 신규 공장동 1개씩을 증설했다. 이번 신규 투자로 대상베트남은 하이즈엉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CAPA)을 기존 대비 40% 확대했고, 대상득비엣의 흥옌 공장의 CAPA는 기존 대비 2배 이상 확대됐다. 향후 공격적으로 종가 김치의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간편식 시장에서의 존재감도 적극적으로 키워갈 계획이다.
팔도도 지난 4월 베트남 남부 떠이닌성 인근에 제2공장을 완공했다. 팔도는 현지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2공장을 완공하고 설비를 지속적으로 확충하면서 생산 및 수출 거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지본 1공장에서 생산되던 라면 생산라인뿐만 아니라 2공자아에서는 음료도 생산이 가능해 팔도의 현지 사업 포트폴리오는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베트남 외에 다양한 국가에도 진출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연매출 약 1조원 규모 필리핀펩시(PCPPI) 경영권 취득에 성공했다. 필리핀은 인구가 약 1억명에 이르고, 평균 연령이 20대 초중반으로 젊은세대 비율이 많은 것은 물론 높은 탄산 선호도와 열대 계절성 기후 등 특성을 가지고 있어 롯데의 자체 음료 및 소주 브랜드를 필리핀펩시에서 생산하고 해외 사업 확장에 나설 예정이다.
명인안동소주는 지난해 라오스 메콩라오수출입공사와 안동소주 동남아 시장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라오스는 중국,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미얀마 5개국과 인접한 국가인만큼 적절한 동남아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할 전망이다. 향후 라오스에 안동소주 공장 건립, 시설·장비 구축 등 기술 지원 및 동남아시아 진출까지 예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 공장을 설립∙증설하는 것은 이를 통해 동남아 시장 확대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라며 “내수 경기가 2년가량 회복되지 않으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