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위변제와 대출연체 사례 급증…줄줄이 폐업까지 발생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자영업자·소상공인 생태계가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그간 발생한 빚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 속 고정 및 변동비까지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자영업자·소상공인 위기가 확대되고 있다. 폐업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기존 직원들을 정리하는 등 자생력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원 대책을 꾸준히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서 체감 가능한 정책은 적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외리스크도 생태계 붕괴 위기에 기여한 만큼, 위기 극복은 어려운 실정이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은 가장 작은 사용자로 분류된다. 민생 현장에 가장 가깝다는 의미다. 정부의 노동 정책과 대외리스크에 민감한 특성을 가졌다. 일각에서는 경쟁력 없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도태 현상이 나타났다고 평가하지만, 해당 생태계의 붕괴는 일자리 감소와 공급망 붕괴 현상을 불러올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당시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는 현장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켰다.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소비자와 직접 접촉하는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속출했다. 당시 정부는 대출 등을 지원했다. 하지만 상환은 온전히 사업자의 몫으로 남았다. 이후 손실보상제도를 도입해 일부 충격은 완화했지만, 소급적용이 무산됐다. 빚더미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실제 코로나19 사태 전후 대출잔액 격차는 급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예금은행의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454조1000억원으로 코로나19 전인 2019년 6월 말과 비교해 128조9000억원(39.6%) 늘었다.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 규모는 더욱 크다.
늘어나는 지출도 생업 현장을 멍들게 하고 있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이 감당하는 비용은 최저임금과 가스 및 전기요금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우선 최저임금은 내년부터 1만원을 넘어섰다.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경우 1만2000원까지 올라간다. 그간 현장에서는 지불능력을 고려한 차등적용을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경기도 안양시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김 씨는 “매일 물가가 올라서 소비활동을 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결국 최저임금도 물가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악순환의 고리를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끝없이 치솟는 전기 및 가스요금도 사업장 유지를 저해하는 요소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5일 도시가스 주택용 도매요금을 MJ(메가줄) 당 1.41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소매요금 기준으로 약 6.8% 인상된 수치다. 일반용 도매요금은 MJ당 1.30원 인상된다. 인상된 요금은 내달부터 적용된다. 주택용과 소상공인 등이 이용하는 일반용을 합친 민수용 가스 도매요금은 지난해 5월 이후 13개월 만에 인상됐다. 지난해 5월 MJ당 1.4원 인상됐으나, 이후 물가인상 등을 우려해 동결된 바 있다.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정부의 지원도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관측된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5월 지역신보 대위변제액은 1조2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1% 급증했다. 대위변제는 소상공인이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보증해 준 지역신보가 소상공인 대출을 대신 갚아준 비용을 뜻한다.
대위변제액은 2021년 4303억원에서 지난해 1조7126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대위변제 건수도 11만1758건으로 전년 대비 261.8%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전년 동기 대비 70% 이상 상승했고, 건수도 86.3% 올랐다. 정부의 역량에도 한계가 존재하는 만큼, 위기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는 경우도 폭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전월보다 0.08%포인트 오른 0.69%를 기록했다. 지난 2015년 2월 0.68% 이후 9년 3개월 만에 최고치다. 지난 4월(0.07%포인트 상승)에 이어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분기 말인 올해 3월과 지난해 말 연체채권을 정리해 0.07%포인트, 0.08%포인트씩 개선했지만, 새로 발생한 연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폐업하도 속출했다. 국세청 국세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사업을 접고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개인·법인)는 98만6487명으로 집계됐다. 전년(86만7292명)보다 11만9195명 증가한 셈이다.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폐업 사유별로 보면 ‘사업 부진’이 48만2183명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 2007년 금융위기 시기(48만8792명)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숫자를 기록했다. 업종별로 보면 소매업 폐업이 27만6535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비스업(21만7821명), 음식업(15만8279명) 등 내수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업종의 타격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시 관악구에서 요식업을 운영하는 정 씨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5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할 정도로 월 매출액과 이익이 안정적이었지만, 현재 직원을 2명으로 줄였음에 불구하고 적자가 발생하는 날도 나온다”면서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정부의 지원 정책을 매일 찾아보고 있지만, 직접적인 도움을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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