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후보직 전격 사퇴···불과 107일 남은 美 대선 '격랑'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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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후보직 전격 사퇴···불과 107일 남은 美 대선 '격랑' 속으로
  • 이태훈 기자
  • 승인 2024.07.22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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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TV토론서 '고령 리스크' 노출한 지 24일만
바이든 "후보 물러나는 게 당·국가에 최선이라 믿어"
민주 새 대선 후보 누구···해리스·뉴섬·휘트머 등 거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조 바이든(82)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TV토론에서 '고령 리스크'를 여실히 노출하며 사퇴 압박을 받은 지 24일 만이다.

대선(11월 5일)을 불과 107일 앞두고 이뤄진 현직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라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향후 미 대선 국면은 격랑에 빠질 조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재선에 도전하는 것이 내 의도였으나 (후보에서) 물러나서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의 직무를 다하는 데만 집중하는 것이 당과 국가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믿는다"며 대선 후보직 사퇴를 공식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난 미국 국민들 없이 (지금까지 이룬 업적을) 하나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여러분의 대통령으로 봉사할 수 있었던 건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영광이었다"며 "내 결정에 대해 금주 후반에 더 구체적으로 국민들에게 설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역대 최고령 대통령인 바이든은 과거에도 노화에 따른 인지력 우려로 "차기 대통령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이같은 우려는 지난달 27일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TV토론 이후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해당 토론에서 말을 극도로 더듬거나 맥락과 맞지 않는 발언을 하는 등 노쇠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토론 직후 민주당 안팎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레이스에서 하차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쉽게 사퇴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오히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일 민주당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를 사실상 '해당 행위'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사퇴 요구를) 그만해야 할 때"라며 자신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촉구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바이든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계속 밀어서는 대선뿐만 아니라 상원과 하원 선거마저 참패할 것이라는 우려는 확산됐다. 오히려 바이든 대통령의 '오랜 우군'이자 민주당 원로인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출마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달린 일"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듯한 발언을 해 '바이든 사퇴론'에 불을 지폈다. 지난 18일 워싱턴포스트(WP)는 '부통령 바이든'과 함께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회의감을 표했다고 보도했다.

버티고 버텼던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로 선회한 데는 지난 13일 트럼프 전 대통령 피습 사건 이후 벌어진 두 후보의 격차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총알이 오른쪽 귀를 관통하고도 두 다리로 일어서 주먹을 흔드는 강인함을 보여준 트럼프에 맞서 '노쇠한 바이든'은 승산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실제로 ABC뉴스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지난 19∼20일 18세 이상 11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0%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호감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5월에 한 직전 조사보다 호감도가 9%p 상승한 것이었고, ABC뉴스가 지난 4년간 한 여론조사 중 가장 높은 호감도였다.

11월 5일 예정된 미 대선을 불과 107일 앞두고 이뤄진 현직 대통령의 대선 후보직 사퇴에 미 대선 국면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시계제로에 돌입한 모습이다. 당장 민주당은 누구를 새 대선 후보로 내세울지 이른 시일 내에 선택해야 한다.

당내에서는 대선 후보로 바이든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59)을 비롯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56),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52),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59),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51)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해리스 부통령이 흑인·아시아계 여성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기존 대선 선거자금 및 조직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의 이유로 1순위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도 해리스 부통령을 새 대선 후보로 지지했다. 제이미 해리슨 민주당 전국위원회 의장은 이날 성명에서 "11월에 도널드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뽑기 위해 투명하고 질서 있는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4년간 맞대결을 준비해 온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새로운 후보를 상대할 전략을 다시 고안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을 유력한 새 맞상대로 인지한 듯 "해리스는 바이든보다 이기기 쉽다"고 신경전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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