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밀크플레이션’ 하반기 가격인상 방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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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밀크플레이션’ 하반기 가격인상 방향은
  • 이선민 기자
  • 승인 2024.08.11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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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비 증가에도 최초…원유값 8년만 동결
낙농업 자립 위해 정부∙유업계 대책마련 고심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하반기 식음료 가격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던 밀크플레이션 우려가 일단락됐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낙농가와 유업계가 올해 원유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합의하면서 주요 유업체들도 제품 가격을 동결했다. 2016년 이후 원유가격이 오르지 않은 것은 8년만이다.

낙농진흥회는 지난달 11일부터 이사 7명으로 구성된 원윳값 협상 소위원회를 구성해 협상을 진행한 끝에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원유 가격을 용도별로 동결하거나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흰 우유 등 신선 유제품 원료인 음용유용 원유 가격은 동결하기로 했으며, 치즈·분유 등 가공 유제품에 쓰는 가공유용 원유 가격은 ℓ당 5원 내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음용유용 원유 가격은 ℓ당 1084원으로 유지되고 가공유용 원유 가격은 887원에서 다음달 1일부터 882원으로 더 싸진다.

우유 가격이 상승하면 우유가 포함된 제품인 음료, 아이스크림 등 물가도 동반 상승하는 밀크플레이션이 발생한다. 지난해 유업계가 원유가격을 올린 후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유제품 가격을 평균 6% 올렸다. 연쇄적으로 카페 프랜차이즈와 아이스크림 업계가 우유가 포함된 제품의 가격을 200원가량 올리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외국산 멸균 우유로 눈을 돌렸다. 관세청에 따르면 외국산 우유 수입량은 2020년 1만1476t에서 작년 3만7407t으로 3년 새 226%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2만6700t을 기록해 처음으로 연간 기준 5만t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낙농가는 생산비가 증가해 원유값을 올렸지만, 식물성 대체음료와 수입산 멸균 우유로 소비자들이 이탈하면서 국내 유제품 시장 자체가 위축되는 악순환에 들어섰다. 시장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0년 1조7529억원이던 국내 흰 우유 시장은 매년 위축돼 지난해 1조6591억원으로 줄었다. 내년에는 1조6000억원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유업계는 물가 인상을 우려하는 정부의 적극적 중재 아래 생산비가 증가했음에도 최초로 원유값을 동결했다. 낙농업계는 사료비 등 생산비가 전년보다 4.6%인 ℓ당 44.14원 인상됐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서울우유, 매일우유, 남양유업 등 유업체도 흰 우유 가격을 동결할 계획이다. 올해 밀크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불식됐지만, 일각에서는 올해 인상분이 내년에 반영될 것이라는 걱정도 나온다.

농식품부는 낙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저비용 원유 생산체계 구축, 유제품 생산·유통 비용 절감, 국산 유제품 수요 발굴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이번 중장기 대책으로 유제품 자급률을 2020년(48.1%) 수준인 48%로 회복하고, 가공유를 포함한 원유 생산량을 200만t으로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유업체들은 수입 우유에 대항하기 위해 제품 고급화와 다양화에 나섰다. 서울우유는 단백질과 지방 구성이 모유에 가까워 소화율이 높은 A2 우유를 출시하고 2030년까지 모든 유제품에 A2원유를 사용하기로 했다.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은 단백질 보조제, 식물성 음료 등에 초점을 맞추고 흰 우유 매출 비중을 줄여나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유 가격은 동결됐지만, 제품 가격은 원재료 가격의 영향만 받지 않는다. 공공요금 인상과 인건비 인상으로 제품 가격 상승 요인은 다양하다”며 “정부에서 물가 안정을 위해 협조를 요구한만큼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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