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대표 "학살 정당화 안돼"…美 "깊은 우려…휴전 협상 타결 시급"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이스라엘군이 1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의 한 학교 건물을 공격해 약 100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스라엘군은 현재 교전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대원들을 노린 공습이라는 입장이지만, 국제사회는 민간인 피해를 지적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맹비난에 나섰다.
외신들은 이스라엘군이 이날 오전 하마스가 지휘통제소로 사용하는 가자시티 알바타인의 학교 건물을 정밀 폭격했다고 전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 당국은 이스라엘군이 사용한 이스라엘군 로켓 3발로 약 100명이 사망한 "끔찍한 학살"이었다고 주장했다.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공습 당시 학교에 무장 대원들이 없었다"며 "가자시티 학교에서 일어난 학살 범죄는 위험한 갈등 고조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와 그 무장조직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 소속 대원 약 20명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해 공습에 나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알타바인 학교에서 공습으로 사망했다는 무장대원 19명의 이름과 사진도 함께 공개하면서 공습에 사용한 정밀 포탄 3기가 "하마스 당국이 주장하는 규모의 피해를 일으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테러리스트가 있던 (학교) 단지에도 심각한 피해가 없었다"며 "민간인 피해를 줄이고자 공격 전에 소형 탄두, 공중 정찰, 첩보 등 여러 조처를 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외신들은 하마스의 발표를 더욱 신빙성 있다고 평가하는 상황이다. 로이터 통신은 팔레스타인 민방위 당국자를 인용해 사망자가 어린이 11명과 여성 6명을 포함해 총 93명이라고 보도하면서 "팔레스타인 민방위대는 신뢰할 수 있는 사상자 수치를 발표해왔다"고 부연했다.
국제사회는 일제히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나섰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SNS를 통해 이스라엘을 향해 "이런 학살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일갈했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도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알타바인 학교에 대한 이스라엘군 공격과 비극적인 인명피해에 경악한다"며 "즉각적인 휴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성명에서 "지난 몇 주간 학교 건물들이 반복적으로 표적이 돼 묵과할 수 없는 숫자의 민간인 피해자가 발생했다"며 "가장 단호한 어조로 이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휴전 협상 중재국인 이집트도 외무부 성명에서 이번 사건이 이스라엘의 "고의적 살해"라며 이스라엘에 종전을 향한 정치적 의지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의 입장을 최대한 두둔해왔던 미국도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 우려를 표하고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서둘러 휴전에 합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숀 세이벳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이스라엘군의 학교 공습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며 "이것은 우리가 타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휴전 및 인질 교환 합의가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