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간호사의 업무 영역 확대를 위한 간호법의 국회 통과가 임박하면서, 의사와 보건의료 종사자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21일 의료계 및 정치권 등에 따르면, 여야는 PA(진료보조)간호사 제도화를 포함한 간호법을 8월 안에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이후 빚어진 의료공백에 대응하기 위해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추진, PA간호사에게 의사 업무 중 일부를 맡겼다. 이에 앞서 야당은 유사한 내용을 담은 간호법을 국회에 상정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정부가 운영 중인 PA간호사 시범사업은 사실상 야당이 주장하는 간호법과 내용이 유사하므로, 여당도 이를 법제화시키는데 동의한 것이다. 만약 법안이 통과되면 그동안 의사 업무를 시범사업 수준에서 머무른 PA간호사의 업무 범위 및 지위가 법에 명시되고, 특정 의료 행위에 대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간호법엔 각 단체의 이권이 걸려 있어 그 취지가 퇴색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의료계에선 ‘의사 영역 침범’이란 이유로 반발에 나섰고, 일부 간호인들은 업무 부담이 가중된단 이유로 반대한다.
대한의사협회는 “PA(간호사)로 의사를 대신한다는 발상은 위험하며 간호사들도 꺼려한다”고 비판했다. 의사 단체는 짧은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되는 PA간호사의 특성상, 의사의 진료 역량에 미치지 못해 환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그동안 의사들은 간호사와 약사, 한의사계가 의사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견제해 왔다. 앞서 2023년에도 간호법 제정에 반발해 파업 선언을 한 바 있다,
보건산업노조는 “의사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의협이 의사 업무를 떠맡고 있는 PA간호사 제도화를 반대하는 것은 모순이고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다만 정부가 그동안 ‘시범사업’을 고집했던 배경에는, 간호사가 아니라 의사 수를 늘릴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간호법 제정으로 의료공백이 해결된다면, 의사 증원은 의미가 없게 된다. 한 의료인은 “의료공백을 기회 삼아 의료 종사자들이 자신들의 권한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보건의료노조가 병원 측에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29일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을 내비친 만큼,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정치권이 단지 ‘표심몰이’를 위해 의사와 간호사를 자극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서울 S병원 의료인은 “간호법 관련 갈등은 이미 지난 정권부터 거론됐던 문제다. 그 당시 국민들은 의사들의 편을 들어줬고, 의대증원과 간호법은 폐기 됐다. 그때와 지금의 차이가 있다면, 단지 의사들이 국민들의 적이 됐단 점이다. 결국 국민 모두 정치인들의 여론 공작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