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국내 가계부채가 급증하며 금융당국이 관리에 나서고 있다. 최근 서울 상급지 중심의 부동산 가격 상승세에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금융당국은 ‘가계부채와의 전쟁’을 선언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을 압박하고 나서며 가계부채와의 ‘4차 전쟁’에 돌입했다.
우리나라의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96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8조2000억원)·3분기(+17조1000억원)·4분기(+7조원) 계속 늘어오다 올해 1분기 들어서야 3조1000억원 줄었지만, 불과 한 분기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은행권은 대출금리를 줄이어 인상하기 시작했다.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지난 7월 초부터 최근까지 무려 20차례 금리를 올렸거나 올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이 여섯 차례 금리를 올렸으며 국민·우리은행이 다섯 번씩 금리를 인상했다. 하나·농협은행은 두 번 금리를 상향했으며,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도 5회, 카카오뱅크도 2회에 걸쳐 금리를 올렸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두고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이자장사만 돕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결국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점검회의에서 5대 시중은행에 대출금리 인상을 제외한 전방위적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끌어올리는 추세와 관련해 “연초 은행들이 설정한 스케줄보다 가계대출이 늘었는데, 이에 대한 대응으로 금리를 올리면 돈도 많이 벌고 수요를 누르는 측면이 있어서 쉽다”면서 “저희가 바란 건 미리미리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들이 쉽게 돈을 많이 벌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대응하기보단 포트폴리오를 체계적으로 관리했으면 좋겠다”면서 “지금까지는 시장 자율성 측면에서 은행들의 금리 정책에 관여를 안 했지만, 앞으로는 은행에 대한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서 가계부채 관리를 명분으로 대출금리를 일제히 인상해 온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지만 마치 은행권에만 책임을 넘기는 것 같은 뉘앙스를 지울 수 없다. 지금까지 책임을 느낀다고는 하지만 약 20차례의 대출금리 인상에는 선을 긋는 것 같아 보인다. 은행권에서 금리인상에 나선 것은 금융당국의 압박이 이유였고, 금리인상이 약 20차례 이뤄질 동안에도 지켜보고 있던 것도 금융당국이었다. 가계부채를 낮추기 위해 금융당국이 개입한다 하더라도 책임 자체를 부정할 순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