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사퇴 요구에 金 "의사 없다" 일축···막말 사과도 거부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여야가 26일 열린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의 과거 '반노동·극우' 발언을 두고 충돌했다. 야당은 숱한 막말을 쏟아낸 김 후보자는 장관 자격이 없다며 과거 막말에 대한 사과 요구와 함께 사퇴를 촉구했고, 여당은 후보자에게 사과·사퇴를 강요하지 말라며 맞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위원들은 이날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본격 진행되기 전부터 설전을 벌였다. 야당은 과거 막말을 일삼은 김 후보자가 장관 후보자로 지명돼 인사청문회를 받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사람이 과거에 했던 말과 글은 그 사람의 현재를 보여준다. 김 후보자의 과거를 보면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망언의 연속"이라며 "세월호 참사 추모를 두고 '죽음의 굿판', '재미 봤으면 걷어치워라' 등의 망언을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불법 파업에는 손해배상 폭탄이 특효약'이라는 망언으로 손배 가압류로 억울하게 희생된 분들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 했다"며 "적어도 돌아가신 분들과 유가족들에게 고통을 드린 망언에 대해서는 분명한 사과가 있어야 청문회를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태선 의원은 "정말 참담한 심정이다. 국민을 대표해 국무위원 후보자가 고위공직에 적합한 인물인지를 논의하는 인사청문 제도 자체가 모욕받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후보자는 극우세력의 선봉에 서서 2019년 대한민국 국회를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모욕한 주동자다. 입법부를 향해 '빨갱이·기생충'이라는 극언을 서슴지 않으면서 국회를 점령하라고 선동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회에 난입해 민주주의를 조롱한 인사가 국회 회의장에 앉아 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인사청문 요청이 왔으니 인사청문회를 한다는 것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후보자는 스스로 사퇴하는 것이 마지막 양심을 지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용우 의원은 "역대 이런 후보자가 어디 있었느냐. 노조 혐오, 반노동, 성희롱, 여성 비하, 청년 우롱, 역사 왜곡, 색깔론 등 이미 노동자, 여성, 청년, 참사 유가족 등 전체 국민을 상대로 매우 오랜 기간 지속·반복적으로 악의적인 발언들을 남발했다"며 "저는 이것을 '대국민 괴롭힘'이자 '성희롱 가해자'다, 이렇게 규정한다"고 맹비난했다.
여당 위원들은 야당 위원들이 의사진행발언을 악용해 청문회 시작도 전부터 김 후보자 사퇴 공세를 펴고 있다고 반발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이면 의사와 관련된 걸 해야 한다"며 "'자격이 없으면 후보직에서 스스로 물러나라'는 주장은 본 질의에서 하면 된다"고 맞섰다.
임이자 의원도 "(김 후보자에게) 왜 일방적으로 사과를 강요하느냐. 야당 의원들이 국회의원이라는 자격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사과를 받아내려고 하시는 것 아니냐"며 "(야당이 제기한 의혹은) 청문회에서 하나하나 후보한테 (질문해) 검증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본격적인 청문회에 돌입해서도 야당 위원들의 거친 공세가 이어졌지만, 김 후보자는 사퇴 의사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후보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관련된 박해철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탄핵은 잘못됐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재평가될 것"이라며 "헌법재판소 결정이 문제가 있었음에도 재판소의 결정이기 때문에 인정하지만, (헌재의 탄핵 결정문) 문구 하나하나에 동의한다고 말씀드릴 순 없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지금이라도 후보자에서 사퇴할 용의가 있느냐는 박 의원의 질문엔 "없다"고 했다. 질의 전 과거 막말에 대한 사과 요구가 빗발쳤지만 "아직 선서도 하지 않았다. 사과하는 것은 때도 아니고, 맞지도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