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막으면서도 대출 실수요자 피해 없어야”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은행권이 폭증하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누르기 위해 유주택자 전세자금대출 중단 등 조치를 시행한 것을 놓고 과도한 대응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 안정적 가계부채 관리는 필요하지만 대출 실수요자 피해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시중 은행장들과 지속적으로 회담하며 꾸준히 시장과 소통해 나갈 방침이다.
8일 은행업계 등에 따르면 이복현 원장은 10일 은행연합회에서 주요 시중은행장과 간담회를 갖는다. 이 원장은 앞서 '가계대출 실수요자·전문가 현장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추석 전 은행장 간담회를 예고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향후에도 이 원장이 은행장들과 차례로 만나 추가 논의를 이어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갭투자 등 투기성 대출 관리는 강화하면서도 실수요자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은행들의 조치가) 너무 과한 것도 있다”며 “예를 들면 1주택인 분들도 경우에 따라 자녀 진학이나 결혼 등의 목적으로 다른 지역에서 주거를 얻어야 한다든가 하는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고 실제로는 가수요나 투기 목적이 아닌 경우가 있을 텐데 너무 기계적이고 일률적인 금지”라고 말한 바 있다.
앞서 금융당국이 은행별 연간 경영계획을 초과해 대출을 내줄 경우 사실상 대출 총량관리 등 페널티를 시사하면서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줄이고 유주택자의 대출을 제한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일부 은행의 경우 유주택자 전제자금대출 제한 등 가계대출 압박에 나서면서 실수요자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 원장은 “실수요자, 특히 무주택자들이나 교육 등의 목적으로 자기 집을 (주담대에) 쓰려고 하는 분들에게 부담을 안 드리는 쪽으로 가야 한다”며 “설사 가계대출을 관리하는 추세가 늦어지더라도 그렇게 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회담이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방안을 도출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국은 최근 불거진 ‘관치’(官治) 논란과 관련 시장 상황이 엄중한 만큼 개입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원장은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만으로는 가계대출의 급증세를 잡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비난을 받더라도 최근의 (은행권) 개입은 피치 못한 입장이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