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인사(人事)가 곧 만사(萬事)'랬다. 사람을 잘 써야만 모든 일이 잘 된다는 뜻이다. 동일한 여건에서 물적·인적 재원을 투입해도 누가 일을 맡아서 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인정할 만한 진리(眞理)에 가깝다. 이 말인즉슨, 어떤 조직이 성과가 나지 않거나 나쁜 상황이 지속된다면 인사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4·10 총선에서 국민으로부터 매서운 심판을 받았다. 일반 조직에 빗대면 2년간의 성과평가에서 평가자로부터 '낙제점'을 받은 셈이다. 그로부터 5개월이 넘게 흘렀다. 총선 민의를 무겁게 받아들였다면 그동안 국민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 점은 무엇이었는지 통렬히 성찰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해야만 했다.
특히 야당과 여론의 반대를 무시하고 인사를 강행하는 기조는 반드시 바꿨으면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고집해 임명한 사람들이 운영한 정부가 대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 '인사가 만사'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더욱 필요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그러지 않았다. 총선 직후 사의를 표명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아직까지 자리를 지키며 '역대 최장수 총리'를 넘보고 있고, '이태원 참사'의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야당의 거센 비토를 받았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윤 대통령의 총애를 받으며 장관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윤 대통령의 '인사 고집'이 더 심해진다는 데 있다. 총선 후 '반노동·극우' 논란의 김문수 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을 고용노동부 장관에 앉히고, 뉴라이트 의혹을 받는 김형석 교수를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한 건 큰 파장을 불렀다.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 역사 정론을 부정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 이들을 요직에 앉혔을 때, 대통령이 자신을 심판한 국민을 향해 "한 번 해보자"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기자가 만난 여권 인사들이 "국민 통합을 저해하는 사람을 왜 굳이 요직에 앉히는 것이냐"고 우려할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인사 논란이 있을 때마다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은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한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이다. 절차적 정당성뿐 아니라 실질적 정당성을 갖추려 노력하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민이 윤 대통령의 '내 맘대로 인사'를 언제까지 묵인할지, 이 글을 써 내려가는 기자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