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승현 기자 | 잘나가던 리모델링 사업이 사업성이 보장된 재건축 활성화 시점에도 확대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 시내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아파트 단지는 약 80곳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 우성아파트 및 용산구 코오롱아파트 등은 지난 7월 서울시 도시건축위원회에 사전 자문을 완료한 상태다.
지난 2023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재개발과 재건축이 침체하면서 리모델링이 주목받았다. 재건축 대비 사업성은 떨어지지만, 조합원과의 갈등 요인이 적고 규제도 적어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모델링은 건물을 받치는 기본 구조물은 유지하면서 수선과 증축에 나선다. 재건축은 준공 30년 이상 아파트부터 가능하지만, 리모델링은 15년만 지나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재건축은 일반분양으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사업 진행 절차가 복잡하며 임대주택 의무 건설이나 초과이익부담금 등 규제도 적용된다. 보통 기존 단지 용적률이 180% 이하면 재건축을, 200% 이상이면 리모델링을 선호한다.
서진형 광운대 교수는 “건설단가가 인상됐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문제마저 발생해 최근까지 리모델링이 합리적인 선택으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권대중 서강대 교수는 “공사비 급등과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자 사업비가 더 오르기 전 리모델링으로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하려는 단지가 많았다”며 “정부가 도시정비사업 관련 규제를 완화한다고 하지만, 이미 용적률을 높인 단지는 재건축을 추진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3분기부터 재개발과 재건축이 활성화되면서 사업성이 떨어지는 리모델링이 다시금 외면받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재건축 및 재개발 재정비 사업이 활성화되고 재초환과 같은 규제가 완화되거나 폐지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며 “아파트 주민들도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 영등포구 현대홈타운 아파트는 정부가 규제 완화를 추진하자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돌아섰다. 이들은 지난 2020년 8월부터 리모델링을 추진했지만, 지난 2월 서울시가 ‘서남권 대개조’ 구상을 발표한 뒤 계획을 변경했다. 영등포 등 7개 자치구 옛 공단지역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 용적률을 최대 400%까지 높일 수 있도록 하자 재건축을 해도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은 리모델링 대비 사업 기간이 길어 조합과 갈등을 겪는 문제가 있지만, 최근 정부가 사업 규제를 완화해 이러한 어려움은 줄어들 전망”이라며 “빠른 정비를 원하는 단지를 중심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사례가 다수 있지만, 사업성을 꼼꼼하게 따져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