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만 김인만경제연구소 소장 | 오랜 친구를 오래간만에 만나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내 집 마련 청약으로 흘러갔다. 4인 가족 만점 69점의 높은 가점점수를 보유했음에도 올해 넣은 청약단지는 다 떨어졌다며 씁쓸한 웃음을 짓는 친구를 보자 이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4인 가족이 받을 수 있는 최대 가점점수인 69점을 갖고도 안된다면 도대체 몇 점이 돼야 하는 걸까?
최근 강남에서 분양한 4개 인기 단지 평균 당첨 가점은 73.1점이라 한다. 최고 부촌으로 평가받는 반포의 래미안 원펜타스는 최저 가점점수가 77점이었고 최고 가점은 84점 만점이었다. 청담르엘 최저가점은 74점이었고 디에이치 방배 최저가점은 69점이었다. 69점인 친구가 당첨되지 못한 이유가 납득 되는 순간이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다른 단지를 청약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15년을 무주택으로 기다려 4인 가족 만점을 달성했는데 억울해서라도 아무 곳이나 청약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무주택기간과 통장가입기간은 시간이 더 지나도 점수가 더 올라가지 않는다. 유일하게 점수를 올릴 방법은 부양가족 점수밖에 없다. 나이 50이 넘어 자녀를 출산할 수 없고 점수를 올리자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주민등록에 등재하는 것도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첨만 되면 10억원 이상 로또가 발생하는 인기단지 청약에서 모든 사람이 양심과 법을 지키며 정정당당하게 청약도전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부모님 한 분만 부양가족에 등재해도 가점점수 5점이 올라가면서 74점이 된다. 10억원 로또 당첨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 4년간 부정청약 적발 건수는 매년 200건이 넘는다. 적발된 건수가 이 정도이니 적발되지 않은 부정청약은 100배 이상 많을 것이다. 부정청약 유형은 역시 위장 전입, 위장 결혼, 위장 이혼, 통장 매매 등 다양하다.
로또를 양산하는 분양가상한제와 자녀를 둔 결혼가정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불공정한 청약제도 문제를 그대로 두고 국민에게 오직 양심에 맡겨 달콤한 유혹을 극복하라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
규제지역과 공공택지에만 적용되는 분양가상한제는 주변 시세 대비 30% 이상 저렴하게 분양가 책정이 되기 때문에 굳이 청약 생각이 없던 이들도 가세하면서 과열됐다.
특별공급을 통해 청약기회를 받은 신혼부부, 다자녀, 신생아 가정은 일반공급에서도 부양가족 점수를 통해 또 한 번 혜택을 받는다. 국가적으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긴 하지만, 청약 특혜만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의 시대에 사는 청년들은 청약을 위해 결혼이 아닌 청약통장 해지를 선택하고 있다.
출산율을 올리고 싶으면 결혼 출산을 하는 경우 3억원 정도 목돈을 지원해 주거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게 더 효과적이다. 특별공급으로 특정계층에 혜택을 줬다면 적어도 일반공급만큼은 납입금액이나 추첨을 통해 노력하는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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