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출 옥죄기로 카드대출 45조 육박…빚 굴레 갇힌 취약계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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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대출 옥죄기로 카드대출 45조 육박…빚 굴레 갇힌 취약계층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4.10.14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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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신용자 대출 수요 카드대출로 쏠림 현상
기준 금리 인하에도 고금리 당분간 유지될 듯
은행권이 대출 문을 좁히면서 중저신용자들이 카드대출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성동규 기자  |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은행과 저축은행이 대출 문을 좁히면서 중저신용자들이 카드대출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두 자릿수에 이르는 높은 금리 탓에 취약차주들의 부담이 더욱 가장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신한·KB국민·삼성카드·현대·하나·우리·롯데·비씨카드 등 전업 카드사 8곳의 카드 대출 잔액은 44조665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2003년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다.

전체 카드대출 중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의 비중이 약 86.8%(38조7880억원)에 달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보인다.

지난달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으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축소됐다. 그나마도 고신용자 위주로만 대출을 내어줬다. 

실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말 신용점수 840점 이상의 고신용자 가계대출 잔액은 총 1458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점수 665~839점의 중신용자 가계대출 잔액(330조9000억원)은 물론이고 664점 이하의 저신용자 가계대출 잔액(69조5000억원)과 비교해도 월등하게 많은 금액이다. 2금융권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다보니 중저신용 대출 수요는 결국 카드사의 고금리 대출로 몰린 것이다. 

카드대출은 신용카드 소지자라면 누구나 별도 심사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여신금융협회 자료를 살펴보면 8개 카드사의 평균 카드론 금리는 지난달 20일 기준 14.29%다. 특히 신용등급 700점 이하 저신용자의 카드론 금리는 17.17%로 전달보다 0.17%포인트 상승했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향후 금리가 낮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실제로 반영되려면 3~6개월의 시차가 있어 당분간 금리 부담은 이어질 수밖에 없는 모양새다.

더 큰 문제는 생활고 등으로 급전을 빌리고도 갚지 못하는 대출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카드론 연체율(30일 이상)은 지난 8월 말 기준 3.1%를 기록했다. 연체 금액은 1조3720억원(31만2000건)에 달했다.

다른 빚을 카드론으로 돌려막는 '대환대출' 잔액도 지난 8월 말 기준 2조원에 육박, 올해 들어 가장 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감원은 카드론 증가세를 예의주시하며 일부 카드사에 리스크 관리 계획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금융 당국이 카드론 규제에 본격적으로 나서면 중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으로까지 내몰릴 위험이 큰 만큼 사실상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수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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