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금리 인하 등 자금 조달 여건 숨통 ‘무이자 혜택’ 확대 나서
매일일보 = 서효문 기자 | 신용카드 할부 이용액이 반년 만에 70조원에 육박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일시불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20%에 달하는 높은 수수료에도 할부 결제를 늘리는 모습이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 등 국내 카드사 8곳의 올해 상반기 할부 결제 이용액은 69조93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1조7008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68조2339억원으로 새로 썼던 역대 최대 기록을 1년 만에 다시 갈아 치웠다.
카드사별로는 우선 삼성카드의 할부 이용 실적이 16조2971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0.6% 늘며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현대카드는 9.3% 증가하며 11조8747억원으로 집계됐다.
KB국민카드는 10조8938억원, 롯데카드는 8조2897억원으로 각각 4.2%와 8.7%씩 늘었다. BC카드의 할부 이용 실적은 73.26% 늘어난 3884억원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할부 이용액 줄어든 곳도 있다. 신한카드 올해 사반기 카드 할부 이용액은 전년 동기 보다 2.8% 줄어든 12조8488억원을 기록했다. 우리카드는 5조2943억원, 하나카드는 4조479억원으로 각각 3.0%, 3.4%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기준 금리 인하가 이뤄지면서 카드사들이 그동안 줄여왔던 무이자 할부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경제적 어려움에 소비자들의 카드 할부 이용액이 급증한 것과 대조적으로 한국은행이 11일 기준금리를 0.25%p( 내려 자금 조달 여건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무이자할부 혜택을 다시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행히 카드사들도 해당 주장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인다. 우선 비씨카드와 우리카드, NH농협카드는 지난달부터 결제대행(PG) 업종에 대해 최장 6개월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다시 제공하기 시작했다. 가끔 카드사 한두 곳이 짧은 기간 최장 6개월 무이자 할부 정책을 내놓기도 했지만, 전업카드사 8곳 중 3곳 이상이 동시에 6개월 이상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약 2년 만이다.
지난 2022년 중반까지 카드업계는 6~12개월의 무이자 할부를 제공했다. 그러나 한 해 동안 기준금리가 7차례 인상되는 등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자 카드사 업황이 급속도로 악화한 바 있다.
실제로 2021년 1%대였던 카드채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 랠리에 발맞춰 오르기 시작해 2022년 말엔 6%대까지 치솟았고, 지난해 말까지도 4%대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 들어 3%대 후반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금리 수준이 높았던 만큼 카드사 대부분은 무이자 할부 기간을 2~3개월로 단축해 제공해 왔다. 소비자 혜택이 큰 '알짜카드'를 대거 단종시키거나 캐시백 혜택 등을 줄이기도 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3.50% → 3.25%로 내렸다. 지난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후 3년 2개월 만에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실시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 11일 금통위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금리 인하는 했지만, 금융 안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측면에선 매파적 인하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실질 금리가 중립 금리보다 높은 수준에 있어 인하할 여력은 있지만, 인하 속도는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서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