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외국인 자유여행이 늘면서 편의점이 필수 관광코스로 부상하고 있다.
22일 한국관광공사가 공개한 2023 방한 쇼핑관광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의 79%는 자유 여행객이었고, 이 중 32%는 SNS를 통해 쇼핑 정보를 얻는다고 답했다.
자유 여행객들은 소비 패턴이나 방문 관광지도 단체 관광객과 차이가 있다. 특히 글로벌 불경기로 고가의 사치품보다는 저렴한 가성비 제품을 찾으면서 올리브영과 같은 드럭스토어가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잡았다.
올해 상반기 관광 목적으로 한국을 찾은 전체 외국인 입국자 수가 630만명 중 올리브영에 방문한 외국인은 400만명이다. 방한 관광객 10명 중 7명이 올리브영에서 K뷰티 제품을 구매한 셈이다.
K-뷰티에 대한 관심 고조가 중저가 화장품으로 향하자 기조에 다이소, 무신사 등이 뷰티 시장에 뛰어들었고 편의점도 뷰티 시장에 다시 뛰어들었다.
K-푸드, 라면이 외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국내 편의점에 방문하는 외국인이 늘어난 시점에 K-뷰티로 영역을 확장하면 외국인 매출을 늘리는 것은 물론 해외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뷰티시장 규모는 17조3412억 원으로 2018년 대비 12% 증가했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은 편의점의 주요 고객으로 자리 잡았다. CU에 따르면 서울시내에서 해외 결제 수단 비중이 높은 점포는 5년 전만 해도 을지로와 명동의 호텔 근처에 집중됐지만, 올해는 을지로뿐 아니라 홍대와 용산, 올림픽 공원 근처 등 서울 전역으로 분산됐다.
결제액도 늘었다. CU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판매한 코리아투어 카드의 7월 매출은 전년 대비 14배 늘었고, GS25의 올해 상반기 위챗·알리페이 결제는 전년 대비 249% 뛰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달 패션·뷰티 특화 점포인 동대문던던점의 문을 열었고, 이달에는 신선식품과 화장품, 패션 상품군을 강화한 미래형 매장 뉴웨이브 오리진을 선보인다. 세븐일레븐의 즉석식품과 신선특화존, 와인 등 다양한 종류를 취급하는 주류코너 등은 물론 패션·뷰티 상품 진열대를 별도 공간에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뉴웨이브 오리진 매장 뷰티 코너에는 마녀공장, 센카, 셀퓨전씨, 메디필, 토니모리, 김정문알로에, 어퓨, 보로탈코 등 8개 브랜드 20여개 상품을 넣었다. 패션에서는 뭉과 협업한 후드티, 맨투맨을 판매하고 패션 양말 10여종도 선보인다. 전통적인 편의점의 틀을 벗어나 근거리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서상권과 고객층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매장 전략을 전개하면서 자연스럽게 뷰티·패션 제품군이 강화된 것이다.
편의점 양강인 CU와 GS25는 가성비를 강조해 저가의 소용량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과 편의점을 자주 방문하는 잘파세대가 손쉽게 지갑을 열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CU는 화장품 브랜드 엔젤루카와 손잡고 물광팩과 세럼, 보습크림 등 3종의 신제품을 개당 3000원대 가격에 출시했고 GS25도 최근 아크네스 브랜드의 올인원 로션을 9000원대에 내놨다. 시중에 판매되는 본품과 성분은 같지만 ㎖당 가격을 최대 70∼80% 낮춘 것이다.
GS25는 지난 8월에도 화장품 브랜드 듀이트리와 협업한 마스크팩, 토너, 멀티크림, 세럼 등 4종을 각각 1만원 미만 가격에, 편의점용 소용량으로 제작한 메디힐 보습패드는 1000원대에 각각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은 전국적인 인프라와 상품 소싱 능력을 가진 플랫폼”이라며 “차별화된 상품군을 통해 식품을 넘어 뷰티·패션 분야 제품까지 확장한다면 다이소와 올리브영이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