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관광객 소비 패턴 변화… 쇼핑보단 ‘한국문화 즐기기’에 관심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경기 불황 속에도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급증하며 유통업계에 중요한 소비 주체로 자리잡고 있다.
22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1103만명으로, 전년 대비 245% 증가했다. 업계에선 관광 산업이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회복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실제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2019년 1750만명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252만명으로 급감했다. 팬데믹 정점인 2021년엔 97만명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11배까지 상승했다.
팬데믹 이후에도 지속된 소비시장 한파에 경영난에 시달리던 기업들은 외국인 특수를 맞아 그동안 입은 손실을 회복하는 추세다.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이 지난해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관광실태를 조사한 결과, 외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한 지역은 명동(85.9%), 홍대(52.8%), 강남(45.9%)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가 발표한 '서울 리테일 가두 상권 시장 보고서'를 살펴보면, 서울시 6대 상권 중 명동의 2분기 기준 상권 공실률은 6.8%다. 작년 동기 대비 7.6%포인트 하락하면서 주요 상권 중 가장 낮은 공실률을 기록했다.
명동은 서울의 대표적인 외국인 관광 명소로, 업계는 팬데믹 외국인의 유입이 본격적으로 늘면서 상권이 개선됐다고 본다. 지난해 명동의 매출 회복률은 70%대였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2019년 상반기의 116% 수준까지 회복했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는 니즈가 이전과 달라지면서, 관광객의 소비 패턴이 이전과 달라진 추세다. 서울시가 파악한 외국인의 한국 관광 목적은 ‘식도락 관광(97.4%)’ 비중이 가장 높았다. 70.4%는 고궁·역사 유적지를 방문했으며, 54.6%는 랜드마크, 테마파크, 49.3%는 공원, 둘레길, 리조트 등 휴양, 휴식 관련 관광지에 방문했다. 과거 한국의 대표 관광 산업이었던 쇼핑의 비중이 감소하고, 한국 본연의 문화에 관심을 가진 외국인이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여행 수요가 회복되고 있음에도 면세점 업계 매출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소폭 줄어든 형국이다. 과거 쇼핑 중심지였던 가로수길은 2분기 공실률이 39.4%로 작년 동기보다 2.9%포인트 높아졌을 정도다.
그동안 ‘돈 많은 외국인’ 유치에 여념했던 수도권 내 일부 상권과 대형 쇼핑시설은 ‘한국답지 않다’는 이유로 관광객들이 멀리하는 형편이다. 어려서부터 한국 문화를 접했던 세대가 대학생이 현재 관광 수요의 중심이 된 만큼, 소비 진작에 집중됐던 관광 전략을 선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대학교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은 “최근 중국에선 부모 세대의 관광 방식인 단체여행 보다는, 친구 한두명이 한국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옷이나 화장품, 명품은 중국에서도 살 수 있으니 딱히 쇼핑이 목적인 친구는 거의 못 봤다. 강남엔 자주 가지만, 보통 사진만 찍고 온다”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에 방문한 러시아 관광객은 “한국 콘텐츠에서 봤던 그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해서 한국은 찾았다. 특히 대학생들이 많은 성수와 홍대 등 한국 문화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지역에 자주 간다. 카페나 음식점에서 소소하게 돈을 쓰는 편”이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