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면세점부터 체험형 특화매장까지 다양한 시도 나서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해도 면세점 업황은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이다.
22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1인당 면세점 구매액은 50만원대에 그쳤다. 면세점의 전체 매출액을 구매객수로 나눈 1인당 구매액은 지난해 상반기 68만6000원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53만5000원으로 22% 감소했다.
여행 수요는 코로나19 전인 2019년 수준으로 회복했음에도 면세점 구매는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구매 고객 수는 2019년(2435만4000명) 대비 57%에 불과하다. 이 중 내국인 구매객은 1473만6000명에서 940만2000명으로 36.2%, 외국인은 961만8000명에서 442만3000명으로 54.0% 씩 줄었다.
유커(중국인 단체관광)의 귀환이 늦어짐에 따라 면세점의 매출 회복도 늦어지는 모양새다. 올해 상반기 롯데면세점은 영업손실 463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신라면세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3.8% 감소한 70억원, 신세계 면세점은 75.5% 감소한 158억원으로 나타났다.
방한 외국인 중 MZ세대들이 과거 관광객들에 비해 가성비를 우선시하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발표한 ‘2024년 중국 MZ세대 여행 및 소비 트렌드 분석’에서 중국 MZ세대들은 합리적인 소비를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고가 화장품을 구매하는 면세점보다는 올리브영·다이소 등으로 쇼핑 장소가 옮겨가는 추세다.
이들의 방문 목적은 식도락 관광, 관광지 탐방, 쇼핑, 한류체험 순으로 나타났다. 소비 패턴이 문화 체험형으로 옮겨가면서 쇼핑에서 돈을 아끼려는 심리가 강화됐다. 업계에서는 과거 관광객들은 면세품을 사지 않으면 손해라는 심리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높은 환율과 여행경비 증가로 더 이상 면세품에 돈을 쓰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유커에 이어 따이궁(보따리상)도 한국 면세점을 향한 발길을 줄였다. 따이궁은 한국의 면세품을 저렴하게 구매해 중국에서 판매, 시세 차익을 얻는 이들이지만, 중국 현지 경제 상황이 좋지 않자 대량 구매를 하지 않고 있다.
기존 면세업계는 따이궁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송객수수료를 대폭 낮추는 등 정상화 과정에 돌입하며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현재는 그마저도 유입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태에서 인건비 등 고정비와 공항 임차료·마케팅 비용 등을 포함한 판매관리비 부담, 고환율 등 악재가 겹쳤다.
국내 면세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시점에 일본은 엔저 현상으로 한국보다는 일본행 관광을 선택하는 외국인이 늘었고, 중국은 자국 면세산업 육성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은 주요 대도시 8곳에 시내 면세점을 대거 신설할 예정이다. 현재 6곳인 중국 내 시내 면세점을 27곳으로 늘려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내수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이 목표다.
이에 면세업계는 국내 면세점 활성화를 위해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롯데면세점은 일찌감치 비상 경영을 선언하고 비용 절감을 위한 고강도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K-패션 브랜드와 글로벌 바이어들을 연결하는 B2B 플랫폼 카츠 운영 등 비면세 사업을 중심 신성장 동력 발굴을 예고하기도 했다.
아울러 미래경쟁력 확보를 위한 해외 사업 활성화에도 힘쓰고 있다. 이달에는 8년 만에 일본 동경긴자점을 전면 재단장했다. 리뉴얼 기념식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이 직접 참석했고, 물건을 구입한 후에 세금을 환급받는 사후면세점(TAX FREE)과 사전면세점(DUTY FREE) 두 가지를 모두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발표했다.
신라면세점은 글로벌 관광객들의 관광 수요 증가를 대비해 기업 이미지 제고를 우선 순위로 사업을 전개한다. 올해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시가지 서킷에서 열린 2024 FIA 포뮬러1 월드 챔피언십(F1) 싱가포르 그랑프리에서 맥라렌 F1팀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번 지원을 통해 전 세계 30만 명의 관람객에게 신라면세점을 알리는 기회가 됐고, 신라면세점 로고가 브랜딩된 차량을 탄 선수 랜도 노리스가 우승하며 지원의 결실도 맺었다.
신세계면세점은 하이엔드 브랜드를 공략한다. 이달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점에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매장을 재단장해 문을 열면서 매장 규모를 확대하고 인테리어를 현대적으로 바꿨다. 특히 올 겨울 기성복 컬렉션을 국내 면세점 최초로 선보이고 브랜드의 인기 라인의 신제품도 만나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유커의 귀환을 기다렸지만 이제 면세업계는 중국인들의 관광패턴이 바뀌었음을 인정해야한다”며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은 물론 다른 방식의 자구책을 찾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실적 개선은 더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