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반려동물 1500만 시대… 경제·윤리 사이 균형점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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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반려동물 1500만 시대… 경제·윤리 사이 균형점 찾아야
  • 이용 기자
  • 승인 2024.10.3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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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 비율 28.2%, 월평균 양육비용 13만원
동물보호법 인지도 상승세… 政, 학대 사각지대 해소에 총력
동물 처우 두고 의학·산업·시민단체 의견 분분
똘캉이가 고양이 전용 간식을 맛보고 있다. 사진=매일일보
고양이가 전용 간식을 맛보고 있다. 사진=매일일보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반려동물 인구가 지난해 1500만명을 돌파면서, 동물 산업 시장 규모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다만 관련 산업엔 경제적·윤리적 문제가 발생해, 이해단체 간 갈등을 해결하고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1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동물복지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 비율은 28.2%다. 대한민국 인구(약 5200만명) 중 1500만 인구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셈이다.
반려동물 가정이 늘어나면서 ‘펫푸드’ 시장이 가장 두드러지게 발전했다. 관련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1조9814억원이다. 음식 뿐 아니라 반려동물 전용 의약품, 장난감, 의류 등 소비 품목은 물론 보험, 관광, 교육 상품까지 출시됐다. 일부 기업은 반려동물의 언어를 해석하거나, 질병 예측 프로그램까지 개발하는 등 산업 영역도 갈수록 다각화되는 추세다. 전체 시장 규모는 향후 10년 뒤 2032년에 152억달러(약 21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과거에 비해 월등히 개선된 만큼, 관련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밖에 없다. 원시 사회에서 동물은 단순히 필요에 의해 키웠던 ‘가축’으로 여겨졌지만, 현재는 엄연히 ‘가족’ 구성원으로 인식된다. 이는 경제 지표로도 확인할 수 있다. 농림부에 따르면 반려동물 서비스, 펫푸드 등에 소요되는 월평균 양육비용은 13만원이었다. 여기엔 병원비(4만3800원)가 포함됐다. 일반적인 사회인도 한달에 5만원 이상 의료비를 지출하는 경우는 드문 만큼, 동물에 대한 처우가 뚜렷하게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1년간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 이용 경험 비율에 대한 응답은 ‘동물병원’이 80.4%로 가장 높았다. 반려동물 미용(51.8%), 반려동물 놀이터(33.2%), 반려동물 호텔(16.0%) 순이었다. 불과 90년대만해도 동물 전문 서비스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오히려 비아냥의 대상이었다. 동물 서비스에 대한 우호적 인식도 크게 발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몇 년 간 미디어를 통해 동물에 대한 열악한 처우가 드러나 국민들의 공분을 사면서, 동물보호에 대한 인지도도 상승 중이다. 실제 국민들의 동물보호법 인지도는 2020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그중 동물보호법의 명칭, 내용을 알고 있다고 대답한 비율은 2020년 57.1%에서 지난해 71.8%까지 급상승했다. 동물등록제 인지도는 지난해 대비 7.5% 상승한 63.6%로, 반려견 양육자 76.4%가 등록했다고 응답했다.
정부도 이에 호응해 ‘동물보호’ 법제화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초 반려동물 영업장에서 무분별한 생산·판매 등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관련 영업장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좁은 공간에 동물을 가두거나, 개를 식용으로 삼는 것을 금지하는 제도도 마련됐다. 실제로 동물 산업이 지나치게 다양화되면서 종전엔 없던 새로운 유형의 동물학대까지 발생하는 실정이다. 동물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실험에 동물을 희생시키거나, 요식업의 발달로 수요 이상의 동물이 도축되는 형국이다. 펫숍과 애견카페, 사설 동물원이 무분별하게 확대되면서 동물을 마치 제품처럼 다루는 사례가 꾸준히 등장했다. 동물보호 조치가 업종에 따라 더욱 세분화돼야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반려동물 뿐 아니라 야생동물, 실험동물, 식용 가축의 권익까지 보호해야 한단 주장이 나오면서 이해단체 간 갈등이 빚어졌다. 요식업, 의학 등 업종엔 동물 희생이 불가피한데, 일부 극단적인 동물보호단체는 이런 동물들의 죽음까지 모두 막아야 한다고 강요한다. 국내외에선 급진 채식주의자 단체가 육식 음식점에 무단으로 난입해 영업을 방해하는 사례를 종종 확인할 수 있다. 또 일부 단체는 의학 및 제약 실험에도 실험동물 사용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문제는 아직 동물시험을 완벽히 대체할 방안이 마땅히 없음에도, 일부 정치인들이 이에 호응해 산업계를 위축시키는 법안을 추진한단 점이다. 여야는 지난해 동물대체시험법 제정안을 추진하면서 시험동물에 대한 권익 보호에 나섰다.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보급 및 이용 촉진을 위한 법률은 지난해 12월 보건복지위를 통과, 올해 초 법사위에 상정됐지만 부처들 간의 의견 조율이 필요해 계류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존 동물 대체 시험 방법이 기존 동물시험과 유사한 윤리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 발달로 인조 장기가 인체의 형태와 유사한 모습을 갖출수록 추가적인 윤리적 문제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이식 분야에선 절망적인 수요 부족 현상이 만연하다. 이 와중에 동물의 권익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동물의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이종간장기이식 연구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 D제약 연구소 관계자는 “일부 정치인과 시민단체의 극단적인 움직임이 모든 동물 희생을 ‘악’으로 규정하게끔 유도한다”며 “당연히 모든 생명은 존중 받을 가치가 있다. 그러나 현존 기술론 동물의 희생이 불가피한 부분을 인정해야 한다. 정치권이 업계 싸움 붙이기에 집중하기 보다는, 보호와 희생의 명확한 범위를 정하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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