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가계대출 증가세 관리 기조 지속 “2금융권 풍선효과 차단 나서”
매일일보 = 서효문 기자 | 이달에 3년 2개월만에 기준금리가 인하됐지만, 대출 옥죄기에 따라 대출금리는 연내 고공행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증가세 관리 주문에 은행들이 일제히 가산금리를 올렸기 때문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변동 금리는 4.745~6.67%로 집계됐다. 기준금리가 인하한 지난 11일 4.59~6.69%보다 최저금리가 0.155%p 상승했다. 고정금리(혼합·주기형)는 연 3.72~6.12%로 11일(3.71~6.11%)보다 상하단이 0.01%p 올랐다.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주담대 금리가 오르고 있는 것은 금융당국과 은행들의 가계부채 증가세 관리 행보에 기인한다.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맞춰 가산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리고 있는 가운데 시장금리마저 뛰고 있는 것. 주담대 고정형 금리의 준거금리가 되는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전날 기준 3.31%로 지난달 13일(3.14%)보다 0.17% 올랐다.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인 코픽스(COFIX : 자금조달비용지수)도 넉달 만에 상승세로 반등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9월 코픽스는 3.40%로 전월(3.36%) 대비 0.04%p 올랐다. 지난 6~8월까지 이어진 하락세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도 대출금리 상승세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취임부터 지금까지 가계부채 관리를 전금융권에 주문하고 있다. 실제로 은행권은 김 위원장의 기조에 발맞춰 지난 7월부터 대출금리를 줄인상했다. 5대 은행이 지난 7~8월 사이에 금리를 올린 횟수만 22차례다. 주담대 고정형 금리는 지난 7월 1일 연 2.87~5.70%에서 지난 8월 30일 연 3.66~6.06%로 치솟았다.
2금융권에 대한 가계부채 ‘풍선효과’ 주문 또한 동시에 이뤄졌다. 금융위는 지난 23일 상호금융·여신전문금융회사·저축은행·보험사 등 제2금융권과 지방은행, 인터넷은행 등을 소집해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제2금융권 일선 창구에서 주담대 중심의 과당경쟁이나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과잉대출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며 “제2금융권 등은 주담대 위주의 손쉬운 영업보다, 은행권에서 충족되기 어려운 다양한 자금수요나 중·저신용자에 대한 자금공급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가계부채 관리 기조 동참을 주문했다.
새마을금고 또한 가계대출 부채 관리에 동참할 예정이다. 새마을금고는 최근 가계대출 증가가 두드러진 곳이다. 새마을금고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내내 감소세를 보이다가 지난 9월 2000억원 증가했다. 신규 아파트 분양 잔금대출 등이 늘어나면서 실수요자 대출 수요가 몰린 효과다. 이런 가운데 새마을금고 측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동참, 관련 대책을 조만간 시행할 예정이다. 주된 대책은 금리 인상 등이 꼽힌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다주택자 대상 주담대 취급 제한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연말까지 가계대출 금리가 고공행진을 달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의 기조가 확실한 가운데 연말까지 가산금리를 내리기 힘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가계 대출을 관리 기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연말까지는 은행들이 가산 금리를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가계대출 증가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 이달 말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75조859억원으로 지난달 말(574조5764억원)보다 5095억원 증가했다. 주담대는 4월부터 급증세를 이어가며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했다.지난 8월에는 8조9115억원 늘면서 월간 최대치를 찍었고 9월에도 5조9148억원 순증했다.
금융당국은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다시 증가 속도가 가팔라지면 곧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추가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