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조석근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과거 구소련 시절 군사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내용의 북러조약을 비준했다. 지난 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조약을 비준한 데 따른 것으로 양국의 비준 절차가 사실상 끝났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 목적으로 이미 러시아에 상당한 군세를 파견한 상황이다. 러시아 본토 접경지 쿠르스크 내 러시아,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이 이미 교전을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북러 군사동맹이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2일 "지난 6월 19일 평양에서 체결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 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북러조약)‘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령으로 비준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국가수반이 11일 정령에 서명했다"고 전했는데 여기서 언급된 국가수반은 김정은 위원장이다. 북한 헌법상 조약 비준은 형식적으로는 최고인민회의 권한이지만 '국무위원장이 단독으로 비준할 수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미 조약에 서명한 만큼 양국은 비준서 교환 절차만을 앞두고 있다. 비준서 교환 즉시 조약의 효력이 발생한다. 지난 6월 푸틴 대통령의 전격적인 평양 방문으로 북한과 러시아 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대한 조약'이 체결됐다. 이 조약이 세계적으로 비상한 관심을 끈 데는 제4조 "쌍방 중 한 쪽이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면 유엔헌장 제51조와 각자의 국내법에 따라 지체 없이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조약 당사국 중 한 곳이 침공을 받을 경우 '자동 군사개입'을 명시한 동맹 성격의 조항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은 구소련과 1961년 자동 군사개입 조항을 담은 '조·소 우호 협조 및 상호 원조에 관한 조약'을 체결한 동맹 관계였으나 소련 해체 이후 이 조약은 폐기됐다. 북한과 러시아는 2000년 '우호·선린·협조 조약'을 체결했으나 이는 양국의 교류·협력이 주된 것으로 군사협력과는 관련성이 낮았다. 북러 관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급속히 가까워지면서 과거 군사동맹 수준의 협력 관계도 부활한 셈이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대규모 무기 지원에 이어 1만여 명의 병력을 러시아에 보낸 것으로 파악된다. 미 국무부가 최근 우크라이나군 상대 전투 투입이 임박한 것으로 전망한 가운데 CNN은 러시아가 쿠르스크 탈환을 위해 북한군을 포함한 5만여 명의 병력을 소집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리 병력이 5만 명에 가까운 적군을 우크라이나 국경 너머에서 계속 저지하고 있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전했다.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 투입이 개시된 것으로도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