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발길 이어져… "역사적 아픔 반복되지 않길"
12·3 비상계엄과 한강 수상 영향, 방문객 500명 이상 증가
매일일보 = 손봉선 기자 | 광주 5·18 사적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맞물리면서 5·18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장소들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13일, 겨울비가 내리는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는 전남 순천시 연향중학교 2학년 재학생 210여 명이 방문했다. 학생들은 고 전재수 군과 고 문재학 열사의 묘소를 비롯한 여러 민주 열사들의 묘역을 찾아 분향하고 헌화하며 묵념했다.
학생 정현원(16)군은 "광주 방문을 통해 5·17 비상계엄과 최근의 12·3 비상계엄 사태를 비교할 수 있었다"며 "과거와 현재의 계엄령이 다르지 않음을 깨닫고,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담임교사 김한기(61)씨는 "역사 의식을 심어주고자 방문을 계획했다"며 "전일빌딩245에서 본 헬기사격 탄흔은 아픈 역사의 흔적을 생생히 전해주었다"고 전했다.
광주 5·18사적지로의 발길은 꾸준히 늘고 있다. 5·18기록관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2일까지 5·18기록관과 전일빌딩245를 찾은 방문객 수는 370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263명보다 약 500명이 증가했다. 특히 헬기사격 전시관의 방문객은 지난해 1858명에서 올해 2401명으로 크게 늘었다.
민주묘지 참배객도 급증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이달 첫째 주에는 주말 기준 하루 300명 이상이 묘지를 찾았다. 둘째 주 들어서도 평일 참배객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하며 매일 200명을 넘기고 있다.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배우기 위해 학교 단위로 찾는 학생들의 발걸음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관계자들은 이번 증가세가 단순히 계엄사태 때문만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가 5·18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만큼, 그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높다. 기록관 관계자는 "비상계엄과 함께 민주화운동의 중요성이 다시 주목받으며 관련 장소를 찾는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며 "더 나은 전시 환경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5·18 사적지에 대한 관심 증가는 민주주의의 가치와 역사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고 있다. 민주화운동의 현장을 직접 찾아간 시민들은 광주의 상처가 오늘날까지도 깊이 남아있음을 체감하며, 역사가 단순히 과거로 남아서는 안 된다는 깨달음을 공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