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담화서 실체 요건 없음 자백…韓 총리, 절차 하자 인정
증거·증언 속출…노무현 63일, 박근혜 91일 심판보다 빠를 수도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론이 이르면 한 달 안팎으로 나올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12·3 비상계엄만을 다루는 만큼 여러 사건을 복합적으로 다뤘던 이전 두 차례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보다 결론이 빠르게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의결부터 선고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은 6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91일이 걸렸다. 헌재는 사건을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 대통령 탄핵 선고를 해야 한다. 지난 14일 사건이 접수돼 늦어도 내년 6월 초까지 선고가 내려져야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최장 기간인 180일에 선고가 내려질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헌재는 앞선 두 차례의 대통령 탄핵심판 때와 마찬가지로 신속히 결정을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의결서가 헌법재판소에 제출되자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하겠다"고 밝혔다.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위한 재판관 회의를 오는 16일 오전 10시에 소집한다.
헌재 재판관 6명은 16일 오전 10시 첫 재판관 회의를 통해 무작위 전자배당 방식에 따라 탄핵 심판 사건 주심 재판관을 지정하고, 향후 절차 진행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헌법연구관 TF 규모 역시 이날 회의를 통해 정할 예정이다. 헌재 공보관은 "사건이 접수됐기 때문에 검토는 전원재판부에서 바로 시작됐다"며 "다만 주말 동안은 (재판관들이) 등청하지 않고 자택에서 근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12·3 비상계엄만을 다룬다. 이는 과거의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 각각 다뤘던 사안보다 적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재단법인 미르, 재단법인 케이스포츠 설립·모금, 롯데그룹 추가 출연금, 최순실씨 등에 대한 특혜 제공, 문서 유출 및 공무상 취득한 비밀 누설 관련 등 다양한 의혹을 다뤘다. 헌법뿐 아니라 법률적 쟁점도 많았던 박 전 대통령 경우에도 91일이 걸렸다.
반면 이번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핵심 쟁점은 12·3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적인 '내란죄'에 대한 판단이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이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 때 걸렸던 63일보다도 빠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12·3 비상계엄이 헌법과 법률을 어겼다는 증언과 증거들은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야당 때문에 비상계엄을 발동했다고 '역설적으로' 시인했다. 윤 대통령은 "거대 야당이 헌법상 권한을 남용해 위헌적 조치들을 계속 반복했다"며 "계엄령을 발동하되 그 목적은 국민들에게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서는 "(윤 대통령이) 12·12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전국 비상계엄의 실체적 요건이 없음을 사실상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입장문에서 "국회에 경고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헌정질서에서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극단적 망상, 불법계엄 발동 자백,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말했다. 심지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도 12·12 담화를 두고 "지금 상황을 반성하는 게 아니라 합리화하고 사실상 내란을 자백하는 취지"라고 비판했다.
헌법에 따르면 비상계엄은 전쟁이 터졌거나 행정·사법 기능이 현저히 수행되지 않을 정도의 국가비상사태 등 특수한 조건에서만 발령 가능하다. 여기에 12·3 비상계엄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를 무시했다는 증거와 증언들도 드러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1일 국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계엄 국무회의는 절차적 실체적 흠결이 있었다"며 "국무회의가 아니라는 말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계엄 안건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정식 건의도, 정식 심의도 없었다"며 "(비상계엄 선포 문서를) 본 적도 없다"고도 말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전 열린 국무회의는 단 5분 만에 끝났다. 당시 참석한 국무위원 상당수가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 시작 1분 전 국무회의를 끝내고 계엄 선포를 발표했다. 이는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문서로써 행한 국법상 행위나 서명이 존재하지 않음이 밝혀진 것이다. 문서로 하지 않은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법적 효력이 없고, 서명이 빠진 국법상 행위는 적법한 행위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