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에서 참극으로, 반복되는 인사 실패…“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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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에서 참극으로, 반복되는 인사 실패…“왜?”
  • 김경탁 기자
  • 승인 2014.07.06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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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기획] 다시 세월호를 말한다 (2)

[매일일보 김경탁 기자]온 나라를 충격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로부터 어느덧 83일이 흘렀다. 참사 초기 ‘잊지 않겠다’던 다짐은 6·4지방선거라는 ‘정치 이벤트’와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로 대변되는 ‘인사 참사’의 충격 그리고 전례 없이 시들했지만 월드컵의 함성 속에 조금씩 빛이 바래고 있다.

매일일보는 ‘다시 세월호를 말한다’는 시리즈 기획을 통해 ‘세월호 참사’가 드러낸 우리 사회의 적폐를 다시 짚어보고,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기회를 가져보고 있다.

두 번째로 꺼내든 화두는 ‘인사참사’이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면서 사의를 표명한 이후 진행된 박근혜정부의 2기 내각 개편 인선 면면은 우리나라 사회지도층의 심각한 도덕 수준을 극적으로 드러냈다.

‘관피아 척결’을 기치로 내걸고 내정됐다가 낙마한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는 고위공직자 출신 인사가 잠깐만 긴장을 늦추면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빠르게 기득권의 썩은 물에 편입되면서 ‘관피아’로 전락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 뒤를 이어 낙마한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는 물론, 현재 인사청문회 준비를 하고 있는 김명수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 후보자와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를 비롯한 주요 인선 후보자들의 화려한 ‘범죄(?)’ 이력은 차마 눈뜨고 보기가 쉽지 않은 수준이다.

정부여당에서는 국회에 장관급 인선검증을 맡기는 인사청문회 제도 자체가 문제라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지만 야권이나 시민사회 진영은 물론 여권 내 비주류 진영에서도 문제는 인선 기준 자체에 있다는 반박을 내놓고 있다.

[편집자주]

관피아 척결에 관피아, 국정원 개혁에 공작전문가 기용 시도
인사청문 제도 문제? 지도층 도덕불감증? ‘수첩인사’의 한계?

박근혜정부는 세월호 참사 원인으로 지목된 ‘적폐’를 해소한다며, 국민검사 안대희씨를, ‘국민 대통합’을 도모한다며 사상 첫 기자출신 총리 후보인 문창극씨를 잇달아 지명했지만 이들은 결국 정부가 내세웠던 목표의 ‘정확히 반대되는 인선’으로 드러나면서 연쇄 낙마했다.

검증결과 안씨는 ‘전관예우’의 최대 수혜자였고, 문 전 후보자는 일제식민사관에 기반한 무수한 막말들이 드러나면서 국민 분열만 더 초래하는 결과를 낳았고 결국 후임 국무총리 찾기를 포기한 박근혜 대통령은 정홍원 총리를 유임시키는 것으로 논란을 무마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2기 내각 면면을 뜯어보면 안대희·문창극 두 사람이 사실은 그나마 봐줄만한 수준의 전력을 가진 인사들이었다는 점에서 ‘인사참사’의 진면모가 숨어있다는 점에서 비극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우선, 불법대선자금 ‘차떼기’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고 야당 유력 정치인 매수와 ‘총풍’(휴전선 무력시위 요청)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는 ‘정치공작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SNS 여론 조작을 통한 대선 개입과 간첩 증거 조작, 국가기밀인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및 무단 공개로 ‘적폐의 중심’임이 여실히 드러난 국가정보원의 차기 수장 자리에 이씨를 내정한 것은 충격을 넘어서는 경악이었다.

‘황제라면’ 논란 등으로 물러날 예정인 서남수 교육부장관의 후임자로 낙점된 김명수 후보자도 그 엽기성 면에서 이병기 후보자 등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교사를 양성하는 교원대학교 교수로 오랜기간 재직해온 김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로서는 사상 최다 논문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데, 그 표절 대상이 대부분 제자들의 논문이었고, 연구비를 중간에서 가로챘다는 의혹과 언론 기고 칼럼까지 대필시켰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이들에 비하면 술을 받아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자를 맥주병으로 때려 입원시킨 김영한 민정수석이나 음주운전 등 교통법규 위반을 밥 먹듯이 한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부동산 투기 등이 문제되는 다른 공직후보자들은 평범하고 도덕적으로 보일 정도이다.

협소한 인재풀·부실한 검증

이같은 ‘인사참사’ 배경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우리사회 지도층 전반의 도덕성 문제와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 자체의 문제’, ‘수첩인사’에 따른 인재풀의 협소함, 공식 인선라인을 벗어난 비선조직에 의한 인사전횡 등을 원인으로 거론하고 있다.

사회 지도층의 도덕성 문제는 직전 이명박정부를 비롯해 이전 민주정부시기에도 반복적으로 거론되어왔던 ‘상수’라는 점에서 박근혜정부 들어 유독 심각해진 ‘인사참사’ 발생의 원인으로 계산하기에는 큰 의미가 없다.

박근혜정부가 시작된 이후 가장 큰 ‘변수’는 이전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인재기용에 있어 가장 큰 특징으로 거론되는 ‘수첩인사’이다. ‘수첩인사’의 문제점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거론됐다.

박왕규 매트릭스 여론분석센터 소장도 “수첩인사라는 말도 있지만 친소관계 등을 통해서만 인사를 하다보니 가용 자원이 지나치게 제한적”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소위 만만회나 9인회 등 비선 조직에 의한 인사추천을 문제로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가인재DB 활용현황엔 장·차관, 공공기관 기관장 등 대통령이 임명 가능한 핵심요직이 수천 개지만, 청와대가 DB에서 추천한 인물을 선임한 적은 단 1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협소한 인재풀에서 고만고만한 인사들이 추천되다보니 엄격해야할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인사참사’에 책임을 지고 용퇴하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인사권자인 박 대통령 자체에 있다는 문제인식이다.

여기에 더해 국무총리 인선과 관련해서는 박 대통령이 집권 이전부터 ‘책임총리제’를 강조했던 것과 달리 박근혜정부의 국무총리라는 자리에 주어진 권한과 역할이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점을 문제삼는 목소리도 있다.

총리 제안을 받고 거절한 것으로 알려진 몇몇 인사들은 박근혜정부의 총리라는 자리가 공개검증대에 올라서서 살아온 인생 전반을 낱낱이 검증받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맡을 정도로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역할인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도덕성 비공개 검증? 그냥 하면 돼!

청와대와 새누리당 지도부는 인사 참사의 근본 원인이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 자체에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제도 변경을 추진하고 나섰다.

정부여당이 말하는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의 핵심은 도덕성 부분은 비공개로 진행하고, 국회에서는 실무능력에 대한 부분만 따지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인사청문회 제도의 선도국인 미국의 사례를 들어 청와대가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하기 전에 사전 검증 작업을 철저히 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 인사청문회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경우 인사청문회 과정이 이원화되어 있다. 후보자가 언론에 공개되기 전에 비공개 사전 검증을 통해 철저히 조사하고 해당 후보자에게 문제가 없다고 여겨질 때 대중에 공개한다.

비공개 사전검증 단계에서 연방법을 비롯한 행정명령의 법적 근거에 따라 허위 진술이나 사실을 은폐하면 연방형법에 의거해 벌금이나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백악관 인사국, FBI 신원조회, IRS(국세청) 세무조사, 공직자 윤리위원회 등이 인사청문회 전 석 달 동안 후보자를 철두철미하게 검증한다.

사전검증결과는 청문위원회 의원들에게 제출되고 청문회 현장에서는 후보자의 도덕성, 윤리성 문제는 이미 조사된 사항이므로 논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명박·박근혜정부 출범 이전 청와대의 인사검증은 큰 틀에서 백악관과 다르지 않았다.

검증의 틀에서 걸러내지 못한 문제가 일부 인사내정 발표 이후에 문제시되는 경우는 있었지만 필터링 자체를 하지 않았다는 의심을 받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한편 경실련은 “현재의 인사청문회법은 지난 2005년 자신이 한나라당 대표로 있을 때 강력한 요구로 만들어진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시스템을 두고 야당에 있을 때와 행정부 수장으로 있을 때의 입장이 달라진 것은 자기모순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국회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행정부의 고위공직자를 임명할 때 국회의 검증 절차를 거치게 하는 제도다. 지난 2000년 16대 국회에서 당시 야당이자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주도 하에 처음 도입되었다.

고위 공직자에 대해 정부가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면 국회는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통해 인사청문회를 연다. 국회가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하나의 장치인 인사청문회는 지난 14년 동안 예비 고위공직자의 자질을 검사해왔다.

이와 관련 경실련은 “나홀로 인선에 의해 부실 검증해 놓고 뒤늦게 고위 공직자로서 용납되기 어려운 갖가지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자 후보자가 사퇴한 것을 국회 인사청문회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책임하고 국민을 속이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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