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정수남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해외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주요 시장에만 치중해 그 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현재 터키와 인도에 1, 2공장을, 중국에 1∼3공장을, 미국과 브라질, 러시아, 체코 공장 등 해외에 모두 10곳의 생산 거점을 두고있다.
이들 공장은 연간 최대 295만대 생산이 가능, 지난해에만 287만여대를 생산했으며 현대차는 중국 서부지역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4공장 건설을 추진한다.
기아차는 중국 1, 2공장에 이어 올해 3공장 가동을 계획하고 있으며, 슬로바키아와 미국 조지아주에도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생산 거점은 연산 138만대 규모이며, 기아차는 멕시코에도 생산 공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세계 주요 경제 블럭 가운데 최근 높은 경제 성장을 기록, 자동차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동남아시아국가엽합(아세안, ASEAN) 진출 계획은 없어, 해외 공략이 절름발이라는 지적이 일고있다.
아세안에는 필리핀·말레이시아·싱가포르·인도네시아, 타이,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등 10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다. 이들 국가는 세계 경기 침체로 올해 전년대비 5%의 경제 성장이 기대된다. 이는 세계 경제 성장률 3.4%보다는 높은 것이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최근 원화 강세와 엔저 수혜를 바탕으로 한 일본 업체들의 공세에 이들 신흥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실제 올 상반기 현대기아차는 세
시장에서 전년 동기(383만6445대) 대비 5.4% 증가한 404만3415대 신차를 판매했다. 같은 기간 해외 판매는 5.9% 증가한 347만8217대였지만, 지난 1∼5월까지 주요 신흥국인 러시아(-5.6%), 브라질(-5.1%), 인도(-3.0%) 등에서는 전년대비 모두 역신장세를 기록했다. 아세안과 중남미의 판매도 감소세를 기록했다.
그렇다고 주요 시장인 중국 미국 유럽연합(EU) 상황도 장비빛만은 아니다.
세계 1위 신차 시장인 중국의 경우 대도시 자동차 구매제한조치가 확대시행됐고, 유럽은 독일, 프랑스를 비롯한 주요국들의 제조업 경기 둔화와 더딘 고용 회복으로 경기 회복세가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중국 판매에서 2010년 전년대비 30% 판매가 늘었지만, 2011년 13%, 2012년 12.7%, 올해 10%로 꾸준히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는 최근 현대차는 6월 EU와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국가에서 3만9379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보다 4.9% 판매가 줄었다고 밝혔다. 앞서 현대차의 유럽 판매 실적은 지난 4월(-4.1%)과 5월(-3.1%)에도 하락했다. 이로인해 올해 1∼6월 EU 누적 판매량도 21만9617대로 전년 동기보다 2.4% 하락했다.
다만, 기아차는 지난달 현지에서 3.4% 늘어난 3만3542대, 상반기 누적 판매도 5.5% 증가한 18만5882대로 상승세를 유지했다.
현대차는 지난 1∼5월 미국에서 전년동기대비 0.3% 성장에 그쳤다. 이는 2010년대 초반 20%대의 초고속 성장세게 턱없이 못미치는 수준이다. 기아차도 같은 기간 현지에서 최고 30%대 중반의 급신장세를 보였으나, 올해는 8.8%로 한자리수 성장세로 돌아섰다.
현대기아차가 다양한 국가로 해외 영역을 넓혀, 지역적인 위험 요소를 분산해야 하는 이유다.
김필수 교수(대림대 자동차학과)는 “미국 등 세계 선진 시장은 치열한 경쟁으로 수익을 극대화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한계에 도달했다”면서 “현대기아차가 철저한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을 재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대기아차는 새로운 시장 개척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면서 “시장 형성이 돼있지 않은 아프리카를 제외하고,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동남아 자동차 시장은 우리와 가까우면서도 전략상 가장 중요한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동남아 시장은 수십년째 90% 이상을 일본 자동차가 선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현대차 측은 “이 지역으로도 완성차를 수출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실적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또 동남아시아에 공장 건설은 계획이 없다고 회사 측은 잘라 말했다.
김 교수는 “일본 업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로 우리 국산차를 생각하고 있는 만큼 어떻게 공략해 틈새 시장을 찾는가도 중요하다”면서 “우리 업체들이 세계 시장 공략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몽구 회장은 최근 현대기아차 해외법인장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현지 소비자에 특화된 제품 개발과 고객 중심의 서비스, 마케팅 전략 수립에 주력해 고객 신뢰도를 높이고 브랜드 파워를 강화해 시장 재편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국내에 14개 생산 시설을 운용, 연산 362만대 규모를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