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들 내수 경기부양 위해 자국 통화 절상 시도
한국, 강대국 틈바구니 속 샌드위치 될까 안절부절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전세계 각국이 자국 경기 부양을 위해 돈줄을 풀면서 글로벌 화폐전쟁이 펼쳐지면서 한국이 화폐전쟁의 격랑에 휩쓸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자체적으로 대항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어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중국은 지난 21일 전격적으로 예금과 대출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0.4%포인트 인하했다. 중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2012년 7월 대출금리와 예금금리를 각각 연 0.31%포인트 낮춘 6.00%, 0.25%포인트 내린 3.00%로 조정한 이후 2년4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이번 금리인하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지난 2010년 12%에서 올해 3분기에는 7.3%로 떨어지자 경기부양 특히 내수 진작을 위해 인하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기에 위안화 절상도 막겠다는 포석도 포함됐다.EU도 막대한 돈줄 풀기에 나섰다. 유럽중앙은행 ECB는 2년간 유로존에 자산유동화증권 매입을 통해 1조 유로(1300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겁니다. 자산매입 규모와 속도, 종류를 물가상승률 목표에 맞춰 바꿔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CB의 정책 달성이 어려워지거나 인플레이션 목표에 차질이 생기면 자산 매입 규모와 속도도 증가시키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세계 각국들이 중앙은행을 통한 경기 부양에 우리 정부는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6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제9차 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최근의 환율전쟁에 대해 작심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박 대통령은 “최근 선진국들이 서로 다른 통화정책을 펴 국제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선진국 통화가치의 쏠림 현상은 신흥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박 대통령은 “자국 상황만 생각한 선진국의 경제 및 통화정책은 신흥국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이것이 다시 선진국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악순환이 발생할 것”이라며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대로 각국 통화정책이 조정되고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도록 G20간 정책공조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박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이 양적완화를 종료하는데 일본과 유럽은 양적완화를 확대하는 등 서로 다른 경제정책을 내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대변한 것이지만 이러한 제안이 어떤 ‘강제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주요국들의 유동성 공급은 국내 경제에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의 양적완화는 달러화 강세로 이어지고 이는 엔화 약세로 이어진다”며 “국내 수출기업과 경합도가 가장 높은 곳은 일본 기업으로 EU의 돈 풀기는 결국 우리 수출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직결된다”고 설명했다.이 연구위원은 중국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이번 금리 인하로 시장의 유동성이 활력을 찾으면 중국 기술이 향상될 수 있고 이는 기술력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며 “향후 중국 기업의 기술력이 향상돼 중국과의 경합도가 높아지게 되면 위안화 약세는 국내 수출기업들에게는 악재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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