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일부 아파트 건물이 철거된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 3단지 재건축 현장에서 석면이 다량으로 검출돼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시공사인 GS건설은 발암물질인 석면이 들어간 건물을 허물면서 법에 규정된 신고를 하지 않고 안전조치도 취하지 않아 인근 학교 학부모들과 환경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서울 원촌중학교 학부모들이 지난달 24일 서울대보건대학원에 검사를 의뢰한 결과, 이 재건축단지 화장실 천정과 주방 외벽 등에 석면이 2~10%까지 함유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강남서초환경운동연합이 전문기관에 건자재 분석을 맡긴 결과 석면이 많게는 65%까지 검출됐다.
특히 창틀 마감재라든지 천장재 타일 또는 벽체 마감재, 천장 마감재, 파이프 보온재 등에 석면이 다량 함유된 것으로 조사돼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세한 광물 섬유인 석면은 폐를 굳게 하고 암까지 일으키는 위험한 물질이다.
이에 지난 8일 학부모 50여명은 강남서초환경운동연합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반포주공3단지 석면검출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반포주공 3단지 62개동 2천400가구의 재건축 시공사인 GS건설이 ‘건축물 철거, 멸실 신고시 건축물의 석면함유 유무를 구청 신고서에 기재해야 한다’는 건축법 시행규칙 제24조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현행 산업안전법 38조에 따르면 건축물 재료에 석면이 1% 이상이면 지방노동관서의 사전허가를 받은 뒤 경고표지를 설치하고 작업 장소를 밀폐해야 한다. 하지만 GS건설은 석면함유 조사·신고는 고사하고 철거 건물 주위로 부직포 펜스만 둘러 놓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더욱이 주민들은 GS건설이 공기도 어겼다고 지적했다. GS건설의 하도급을 받은 철거업체가 12월1일부터 철거하기로 한 강남교육청·서초구청과의 약속을 어기고 지난 11월14일 학교 바로 옆 아파트 한 동을 철거하는 공사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업을 하던 학생과 교사들이 엄청난 철거 굉음에 놀라 뛰어나오는 일대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음날 학부모들의 강렬한 항의에 부딪혀 철거는 현재 중단된 상태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사태가 커지자 GS건설 측은 “11월14일 철거는 잔여세대 이주 촉진과 공사에 필요한 물을 모아놓는 집수장 마련 목적으로 부분 철거한 것”이라며 “앞으로는 법에 따라 석면검사를 하고 철거작업도 중학교 방학 후 하겠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심층취재, 실시간뉴스 매일일보 / www.sisaseoul.com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