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 자기모순적...이미지 희석 효과 노리는 것”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허위·과장광고로 악명이 높은 대부업계가 공익광고 제작에 나서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건전 대출문화 조성’을 주제로 한 공익광고로 업계 전체의 이미지를 쇄신하겠다는 것인데, 순수하게 공익적 목적이 아니라 ‘간접 마케팅’으로 활용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25일 대부업계에 따르면 한국대부금융협회는 지난 2월 주요 대부업체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회의에서 공익광고를 만들기로 하고 오는 4월 방영을 목표로 이를 추진 중이다.대부금융협회 차원에서 이같은 내용으로 공익광고를 제작하는 것은 처음이다.이는 대부업계가 과잉 대출을 조장하는 불건전 광고로 취약계층의 고금리 대출을 증가시킬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앞서 금융감독원 박세춘 부원장은 지난해 10월 “대부업 광고가 대부업을 과도하게 미화하고, 과잉 대출과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또 지난 1월에는 금융위원회가 새해 업무계획에서 대부업계의 허위·과장광고를 규제하기 위해 관련 규정을 정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이에따라 대부금융협회는 아프로파이낸셜대부, 미즈사랑대부, 산와대부, 리드코프 등 8개 업체와 비용을 분담해 공익광고를 만들기로 했다.이번 광고는 대부업을 찾게 되는 고객들이 본인의 상환능력을 고려해 꼼꼼히 따져보고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제작됐다.또 이런 취약계층이 제도권 밖의 불법사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만큼, 보이스피싱과 대출사기 등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불법사금융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도 담긴다.
협회는 최근 광고 촬영을 마쳤으며, 편집을 마무리한 뒤 오는 4월 초부터 케이블 방송을 중심으로 2편 이상의 시리즈 광고를 방영할 예정이다.애초 협회는 지명도가 있는 유명 배우 등을 광고모델로 기용하려고 했지만, 여러 여건상 아마추어 모델과 함께 촬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공익광고도 결국 대부업의 이미지를 개선해 잠재적 고객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불법 대출을 조장하는 내용이 아닌 광고를 정부나 금융당국이 규제할 근거는 없다”면서도 “간접 마케팅의 의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윤민섭 한국소비자원 선임연구원도 “공익광고라는 것은 결국 이미지를 희석하는 효과가 가장 크다. 대부업계가 정식 금융기관으로써 인식을 바꾸려는 것이 숨겨진 속내일 것”이라고 꼬집었다.대부업체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을 빌려준다는 식으로 영업을 해왔는데, 이제와서 대출자가 상환능력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하는 발상이 자기모순적이라는 것이 윤 연구원의 지적이다.윤 연구원은 “대부업체들이 금리를 낮추고, 불법적인 채권추심 방식을 바꾸는 등 자정의 노력이 전제된다면 공익광고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테지만, 단순히 이미지만 개선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앞뒤기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이에 금융당국은 대부금융협회의 공익광고가 어떤 내용인지, 부적절한 부분은 없는지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대부금융협회는 지난해 사전심의로 부적격 영상광고를 총 20건 걸러냈고, 인터넷광고도 62개 업체를 적발해 과태료나 시정명령을 받게 하는 등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협회 관계자는 “공익광고 등을 통해 업계가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알려 더이상의 오해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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