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심재진 기자] 경찰이 교통경찰의 고압적이고 딱딱한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언어 개선’에 들어간다.
경찰청은 교통 순찰차가 유도 방송을 할 때 ‘1234번’ 등 차량 번호로 상대방을 부르고 반말을 섞어 지시하는 관행을 바꿔 존칭과 존댓말을 쓰도록 지침을 지난달 말 내렸다고 11일 밝혔다.
이를 통해 교통경찰이 법규를 위반한 운전자를 부를 때 ‘1234번 운전자 분’, ‘노란색 오토바이 운전자 분’ 등 가급적 ‘분’ 이라는 존칭을 쓰도록 했다.
맺음말도 긴급·위급한 경우나 중대 법규 위반을 저지른 경우가 아니라면 반말 대신 ‘해요체’에 준하는 예사 높임말을 쓰도록 했다.
이에 따라 “1234번 우측 정차”와 같았던 유도 방송은 “1234번 운전자분 우측에 세우세요”와 같이 바뀐다.
법규위반과 무관한 일반적인 교통 정보를 알리고 협조를 구할 때는 ‘길이 많이 막히니 차를 돌려 우회하시기 바랍니다“ 등 가장 높은 수준의 존댓말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중대한 위반을 저지른 경우나 도주하는 차량을 쫓을 때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정지! 정지!” 등 명령형도 쓸 수 있도록 해 공권력 약화 우려를 차단했다.
이 지침은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최근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경찰의 강압적인 언어 사용을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경찰청은 이달 초 지구대와 파출소까지 포함한 전국 경찰 화상회의를 통해 이 지침을 다시 공지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교통 현장에서 운전 미숙으로 인한 단순 교통방해나 도로변 주차 등 사소한 위반을 저질렀을 때 경찰이 고압적으로 대해 기분이 상했다는 민원이 종종 있었다”며 “개선된 지침이 안정되면 시민들의 만족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 경찰관도 바뀐 지침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다.
서울시내 경찰서 교통과의 한 팀장급 직원은 :매우 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존칭과 존댓말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직원들도 대부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말투를 부드럽게 바꾼 덕분에 시민과의 마찰도 줄었다”며 “주차 위반 차량에 새로 바뀐 지침대로 방송했더니 웃으며 손을 흔들고 차량을 이동시키는 등 시민들도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