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이 성추문으로 형사 입건됐다.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카페에서 여종업원을 강제 추행한 혐의다. 손 명예회장은 이달 초 지인이 개업한 카페에 들러 10분 정도 있었다고 한다. 이 시간 동안 손 명예회장은 여종업원의 다리를 만지고 어깨를 주무르라고 했다는 것이다. 여종업원은 놀라 밖으로 뛰쳐나갔지만 카페 주인에 이끌려 다시 카페 안으로 들어갔고, 손 명예회장은 또다시 이 여종업원을 껴안고 몸을 만졌다고 한다. 결국 이 여종업원은 손 명예회장을 경찰에 고소했다. 이 모든 일이 10분 동안에 벌어진 것이다. 사회지도층 인사의 성과 관련된 추문(醜聞)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손꼽히는 재벌그룹 명예회장이 손녀뻘 되는 여종업원을 보자마자 강제 추행했다는 사실은 우리를 아연실색(啞然失色)케 한다. 특히 돈과 권력만 있다면 성에 대해 ‘갑질’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우리의 삐뚤어진 성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씁쓸하기만 하다.
사실 사회지도층 인사의 성과 관련된 갑질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골프장 캐디 성추문 사건이다. 박 전 의장은 2014년 강원도의 한 골프장에서 20대 여성 캐디를 성추행했다 형사처벌을 받았다. 현직 검사와 판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작년 8월 서울 한 지검의 윤모 부장검사는 회식 자리에서 후배 여검사를 성추행했다가 검찰총장의 경고처분을 받았다. 지방 법원에 근무하던 유모 판사는 2013년과 2014년 대학 후배를 식당과 노래방 등에서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교수도 마찬가지다. 서울대 수학과 강모 교수는 대학원 진학을 희망하는 여학생들을 술자리로 불러내 강제 추행한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이러한 현상이 계속되는 건 권력에 대한 잘못된 의식이 아직도 우리 사회 저변에 광범위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사회지도층은 일반인들로부터 존중을 받는다. 그들의 권위를 사회가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회지도층은 그에 걸맞게 행동할 의무가 있다. 이를 가볍게 여기로 행동을 함부로 한다면 사회적 존중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는 것이 합당하다.
사회지도층의 일탈은 우리 사회를 원로(元老)가 없는 사회로 만드는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한 개인이 사회지도층으로 올라서기까지는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한 번의 일탈된 행동은 인생의 대부분을 받쳐 획득한 사회적 명성을 하루아침에 날려버린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이 존경할만한 원로가 없는 세상이라는 것은 참으로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