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4ㆍ13총선에서 참패한 여당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구애를 보내고 있고, 야당은 ‘반기문 때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2017년 대선에서 반기문 총장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일까.
18대 대선을 1년 앞둔 2011년 12월 30일 필자는 칼럼을 통해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당선을 전망한 바 있다. 당시 박근혜 위원장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여론조사에서 확연히 뒤지고 있었고, 당시 한나라당은 거의 쑥대밭이나 다름없었다. 역술인도 아니면서 18대 대선에서의 박 위원장의 경쟁력을 예측했던 것은 바로 박 위원장의 ‘디지털 스킨십’이었다.
필자는 방송과 칼럼을 통해 줄곧 북한의 급변사태를 주장하고 있다. 소련의 해체와 붕괴를 모스크바 유학시절에 지켜봤던 경험을 통해 공산주의 체제의 취약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기억을 되돌려 보자. ‘철의 장막’으로 불리던 크레믈린의 붕괴를 80년대 그 어느 누가 예측할 수 있었을까. 지금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총살로 지탱하는 북한 현 체제가 오래 가리라 전망하는 전문가가 꽤 있다. 엄동설한에 세찬 바람과 얼음을 보고 겨울이 한없이 지속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지면 근처에서 아른거리며 올라가는 아지랑이를 보고 봄이 오는 것을 말하는 현인이 있다.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에 언급된 데이비스(Davies)의 이론에 따르면, 혁명은 경제적으로 생활 전반이 호전되고 있다가 갑작스럽게 악화되는 시점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따라서 혁명의 주체 세력은 전통적으로 억압받아온 사람들이 아니라, 호전되는 경제적, 사회적 상황에 의해서 보다 나은 삶의 맛을 조금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데이비스의 '소유-억압' 이론은 미국 남북 전쟁, 1960년대의 흑인 폭동, 프랑스 혁명, 러시아 혁명까지 총망라하고 있다. 이러한 혁명들은 삶의 질이 점차 향상되다가 갑자기 악화된 시기에 발생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김정은 체제 붕괴의 아지랑이는 유엔제재로 인한 급격한 경제난이다. 밖에서 보면 세상에 둘도 없이 견고해 보이지만 단 한 발의 총알이나 폭탄으로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게 현 북한체제이다. 그 총구는 김 위원장이 가장 믿었던 엘리트나 여동생 김여정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같은 맥락으로 미 정보기관과 미 연구소에서 북한 급변사태 전망과 대응방안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북한의 급변사태는 한반도를 송두리째 블랙홀로 빠지게 만들 것이다. 그러면 2017년 대선에서 최고의 화두는 통일이 될 것이며,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은 ‘통일 연착륙’이 될 전망이다. 독일 통일이 가능했던 것은 대외적으로 소위 ‘2+4회담(서독, 동독 +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이 만들어낸 통일조약이다. 통일 독일에 대한 주변 국가들의 불신을 씻지 않았다면, 아직도 독일은 분단국가로 남아있었을 것이다.
한반도 통일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의 급변사태가 자동적으로 통일에 이르지 않는다. 통일 한국이 주변 강대국인 중국, 러시아, 일본, 그리고 미국에 한 치의 위협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정치지도자는 그리 많지 않다. 다행히 반기문 총장은 임기 10년 동안 강대국 정상들과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대한민국에게 하늘이 내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세계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유엔 사무총장직을 지낸 사람이 이른바 ‘반기문 대망론’ 같은 사사로운 감정을 가졌을 리 만무하다. 북한에 대한 고급정보를 누구보다도 많이 가지고 있을 반 총장은 한반도 통일을 위해 큰일을 하고 싶을 것이다.
김종필 전 총리의 말이 떠오른다.
지기 전에 서쪽하늘을 한번 붉게 물들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