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청주 부녀자 농락 사건 집중취재
[매일일보=이한듬 기자]여성들의 귀갓길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강호순 김길태 사건 이후에도 끊임없이 부녀자를 대상으로 한 흉악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최근 충북 청주지역에서 부녀자를 대상으로 강도행각을 벌인 일당이 적발돼 여성들의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성인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압하기 쉬운 부녀자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심야 시간대에 홀로 귀가하는 여성을 무차별 납치․감금해 폭행과 강도 행각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은 범행 전부터 미리 경찰 수사를 대비해 치밀하고 지능적인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 파렴치한 범행의 전모를 <매일일보>이 집중 취재했다.
납치하고 현금 뺏고 성폭행 뒤 내던져
유사휘발유 팔며 생계 어려워지자 범행
사건의 전모
충북 청주상당경찰서는 지난 21일 심야에 귀가중이던 부녀자를 승합차로 납치한 뒤 금품을 빼앗은 A씨(26.남) 등 3명을 강도상해 및 성폭행 혐의로 긴급체포했다.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 17일 새벽 3시께 충북 청주시 모 대학 앞길에서 귀가 중이던 B양(19)을 미리 준비한 그레이스 승합차로 납치한 뒤 청주시 인근 야산근처에 임대해 둔 연립주택으로 끌고 갔다.이후 이들은 B양을 가둬둔 채 잔인하게 폭행해 코뼈 골절 및 인대가 파열되는 등 전치 6주의 부상을 입혔으며, 현금 2만 5천원을 빼앗고 성폭행까지 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공포에 떨던 B양은 감금 18시간 만인 같은 날 밤 9시께 청주의 한 상가 앞에 버려졌다. 똑같은 수법으로 A씨 일행은 하루 전인 지난 16일 새벽 3시경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복대지구대 인근에서 귀가 중이던 C씨(30.여)를 납치했다.이후 C씨를 승합차에 태운 상태로 3시간을 가량을 끌고 다니던 A씨 일당은 현금 9만원이 든 가방을 빼앗은 뒤 이날 오전 6시 10분께 청원군 내수읍 내수리 인근 하천 풀숲에 C씨를 버려놓고 도주했다.이들의 범행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앞서 A씨 등은 지난 10일에도 새벽 2시경 대전시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승용차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던 20대 초반 D씨를 납치해 무려 48시간 동안 감금한 뒤 현금 20만 원을 빼앗고, D씨를 풀어주는 조건으로 그녀의 언니로부터 현금 100만원을 갈취했다.경찰 수사 염두하고 치밀한 범행 계획
신고막으려 무자비한 폭행·나체사진 촬영
치밀한 범행일지
A씨 등은 경찰의 방범활동이 취약한 새벽시간대를 미리 파악한 뒤 힘으로 제압하기 쉬운 부녀자만을 골라 강도행각을 저질렀으며, 범행을 의논하는 단계에서 이미 경찰의 수사를 염두에 두고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까지 수립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이들은 경찰의 추적을 막기 위해 명의자와 소유자가 다른 이른바 ‘대포차’와 ‘대포폰’을 준비한 것은 물론, 범행대상을 묶기 위한 테이프와 눈을 가리는 데 쓸 안대,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한 장갑, 흉기 등을 미리 준비했다.또한 유사휘발유를 팔던 시절의 경험을 살려 CCTV가 설치되지 않은 농로만을 골라 부녀자 납치 이동경로로 사용했다.아울러 이들은 이웃 주민이 거의 없는 청주시 인근 야산 소재의 연립주택 1층을 미리 임대한 후 피해자들을 감금하고 폭행할 장소를 마련했다.또 범행 후 피해자들이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공포심을 심어줄 목적으로 피해자들에 전치3~6주에 달하는 폭행을 가하고, 나체 사진을 찍어 협박하는 등 파렴치한 행위를 서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피해 여성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경찰에 피해사실을 알렸고, A씨 일당은 결국 경찰에 덜미를 잡히며 극악무도한 범죄 행보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귀가길 부녀자 안전, 각별한 주의 선행되야
여성들을 상대로 한 강도 행각은 심야에 인적이 드문 곳에서 발생한다는 것이 특징이다.이 같은 범행을 막기 위해 사회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지만, 무엇보다도 여성들의 각별한 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는 조언한다.이번 사건을 담당한 청주상당경찰서 관계자는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힘이 약하다는 이유로 흉악한 범행의 표적이 되기 쉽다”라며 “되도록이면 심야에 여성혼자 다니는 것을 삼가는 것이 좋고, 늦은 밤 귀가 시에는 가족을 마중 나오게 하거나 동행자와 함께 가는 것이 비교적 안전하다”고 말했다.이어 관계자는 “불가피하게 여성 혼자 외출하거나 귀가하게 될 경우 인적이 드문 골목이나 어두운 길 보다는 사람이 자주 오가는 대로변이나 밝은 길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며 “택시를 이용하게 될 경우 탑승 전 차량 번호판을 메모하거나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해 두었다가 탑승 직후 바로 가족이나 친지에게 전송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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