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국립한글박물관(관장 김철민)은 2016년 12월, 국내외 활자(活字)의 역사와 관련한 2종의 서적, ‘한글서체사뱅크’구축사업의 일환인 『근대 연활자 한글자료 100선』과 ‘해외글꼴명저 번역총서’ 시리즈의 첫 책인 『서양 활자의 역사(1)』를 발간했다고 30일 밝혔다.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보유한 우리나라는 근대의 격변기에도 연활자를 제조해 정보 대중화에 앞장서 당시의 지식문화를 상징하는 한편 현대 서체와 출판문화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연활자란, 나무 사각 틀에 거꾸로 그린 글씨를 새기고, 밀랍에 본을 떠서 전기분해법을 이용해 금속 모형을 만들어 그것에 320도 가량의 뜨거운 연물(鉛: 납, 안티몬, 주석의 합금)을 부어 만드는 것을 말한다.그러나 인쇄매체의 급격한 변화로 연활자는 현대인의 기억 속에 빠르게 사라져 가고 있어 근대시기 활자 역사의 정립과 자료 수집이 시급해, 국립한글박물관은 훈민정음 창제 이후 시기적 단절 없는 한글서체사계보를 구축하는 ‘한글서체사뱅크’사업의 일환으로 발간하게 됐다.<오른쪽 위 표지사진 참조>본 자료집에는 국립한글박물관과 국립중앙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국내 신식활자인쇄소 발간자료를 비롯해 류현국의 '한글 활자의 탄생(1820-1945, 홍시, 2015)'에 소개됐던, 유럽,중국,일본 등지에서 간행된 성서류(聖書類), 한글반절표, 조선에서 발행한 최초의 한글 견본책과 서지학자 오영식 소장본 시집, 문학잡지 등 100편을 선별 수록됐다.무엇보다도 큰 특징은 자료에 사용된 활자를 실물 크기를 보여주기 위해 간행물의 원래 크기 도판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이는 관련 학자, 연구자, 서체 개발자, 시각 디자이너들에게 연구와 창작에 매우 유용한 기초자료가 될 것이다.‘해외글꼴명저번역총서’ 발간사업은 해외에 축적된 글꼴 연구의 성과를 소개해 국내 글꼴 연구의 저변을 확대하고자 기획됐다.
이에따라 올해 첫 성과로 『서양 활자의 역사(1)』을 출간하게 됐다.저자인 다니엘 업다이크(Daniel Berkeley Updike(1860~1941) 는 미국의 인쇄업자 겸 타이포그래피 역사학자이다.출판사 메리마운트 프레스(The Merrymount Press)를 설립 및 운영(1896~1941)하며 폰트를 기획해 메리마운트 폰트 Merrymount,1896), 몽탈레그로 폰트(Montallegro,1904)를 개발하는 한편 미국 최초로 타임지에 패밀리 폰트(Times New Roman)를 개발, 사용하게 한 라틴 폰트의 전설적인 인물이다.이 책은 하버드 대학 강의를 위해 저술했으며, 원서명은 『프린팅 타입스(The Printing Types: Their Hisory, Korms and Use)』로 1922년 초판 발행, 이후 1937년 저자가 보완해 재판됐다.
저자 사후에도 1966년, 1980년, 2009∼2011년, 2013∼2015년까지 지속적으로 발행된 스테디셀러이다. 그 내용은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유럽(5개국)과 미국 등의 활자 역사로서, 국가별 역사를 상세히 기술한 2권 방대한 저술이다.
이 책은 시카고대 프릭맨(Prickman)교수, 아이오와대 그렉소냐 교수(Greg Sonia S. Wohl) 등의 저명 학자들이 추천하는 연구서로 전문지식과 풍부한 삽화를 수록해 서체사뿐 아니라 인쇄사, 문화사적으로도 중요한 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풍부한 도판은 비전문가들에게도 흥미로운 책이다.한편 국립한글박물관은 성공적인 번역을 위해 해외 연구서 번역 경험이 있는 글꼴 연구자를 번역자 및 감수자로 위촉해 작업을 진행했다.
번역은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 회장과 미국 시라큐스대 교수를 역임한 한성대 김지현교수가 주축이 됐고 이화여대 박수진교수, 독일 베르기치대 박사 유정숙 교수 등이 참여했다.
이러한 국내외 연구서의 지속적인 발간은 국내 한글 글꼴 연구의 후속 세대 양성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