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홍승우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합병’을 둘러싼 뇌물 수수의혹과 관련해 이르면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불러 조사한다.
11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특검은 이 부회장을 12일이나 13일께 소환 방침을 정하고 일정을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우선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뇌물공여 등 혐의와 연관된다.
이 부회장은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 측에 대한 금전 지원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 간 ‘뒷거래’ 의혹의 중심인물로, 이번 소환 검토는 박 대통령의 뇌물죄 규명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을 정부가 조직적으로 지원하고, 삼성이 그 대가로 최씨 측에 금전 지원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걸렸던 중요 사안이기도 했다.
이 때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여러 차례 단독 면담을 하며 해당 거래를 주도했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2014년 9월 15일 대구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 후 이재용 부회장을 따로 불러 승마 유망주 지원을 요청했고, 이듬해 3월 삼성은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았다.
특검은 삼성이 회장사를 맡은 이후 당시 승마선수로 활동했던 최순실 씨 딸 정유라(21)씨에 대한 지원 로드맵이 구체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2015년 5월 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결의 공시가 나고 두달 정도가 지난 7월 10일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공단이 합병 찬성을 의결했다.
국민연금공단 합병 찬성 의결 보름 후 박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과 단독면담을 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당시 박 대통령은 승마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질책했다.
실제로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의 2차 단독면담 이후 삼성은 승마협회장인 박상진(64) 사장을 독일로 보내 최씨 측과 컨설팅 계약 협의를 진행하는 등 본격적인 지원 작업을 실시했다.
같은 해 8월 삼성은 최씨 측과 220억원대 지원 계약을 맺기로 했다.
특검은 해당 지원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의 지시나 승인 아래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특검이 청와대가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지원에 개입했다는 물증 및 진술을 상당부분 확보했고, 삼성 지원금의 대가성을 규명하게 되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구성에 힘을 싣게 된다.
한편 삼성은 박 대통령의 ‘압박’에 어쩔 수 없이 지원했다며 ‘공갈·강요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해 12월 진행됐던 국회 청문회에서 이재용 부회장도 대가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