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새 사령탑 ‘구본준 체제’에 주어진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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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새 사령탑 ‘구본준 체제’에 주어진 과제는
  • 김경탁 기자
  • 승인 2010.09.17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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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용 리더십·저가브랜드 이미지·'남 용'식 경영구조 탈피 등...증시는 대 환영

▲ LG전자 새 사령탑으로 내정된 구본준 부회장

[매일일보] 지난해 말 재선임이 결정되기 훨씬 전부터 교체설이 나돌았던 LG전자 남용 부회장이 결국 9월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2007년 1월 김쌍수 부회장(현 한국전력공사 사장)의 후임으로 LG전자 사령탑에 부임한지 3년 9개월만이다.

남 부회장의 후임에는 구본무 그룹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이 내정됐다.

구본준 부회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LG전자 집행임원으로 선임됐으며, 내년 3월 주총과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에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남용의 3년…LG전자에 무슨 일이?

‘CEO 남용’ 취임 후 3년간 LG전자는 매년 사상 최대치(2007년 매출 40조8500억원, 2008년 49조3300억원, 2009년 55조5300억원)를 기록했지만 이러한 실적증가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 LG전자의 대외적 이미지는 자꾸만 활력을 잃고 지리멸렬해져가는 모습이었다.

해마다 LG전자의 매출이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던 것은 회사 자체의 상대적 경쟁력 강화가 아닌 시장 자체의 성장에 의한 요인과 고환율(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가격경쟁력의 강화라는 대외적인 변수에 전적으로 의존한 구조에 바탕한 것이었다.

여기에 더해 그나마 LG가 시장 성장이라는 대세를 추종할 수 있었던 것도 전임자인 김쌍수 부회장 시절 쌓아놓은 기술 및 디자인 경쟁력과 디오스, 트롬, 휘센 등으로 대변되는 ‘제품군별 프리미엄 브랜드’의 정착이라는 토대 덕분에 가능했다는 냉정한 평가도 있다.

이러한 가운데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올 3분기 글로벌 매출이 기존 추정치보다 7.8% 낮은 13.6조원에 영업이익은 -801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영업이익 적자는 4분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04년 이후 사상 첫 적자로, 업계에서는 경기침체가 본격화된 2008년에도 1010억원 흑자를 기록했던 LG전자가 경기회복기인 지금 적자로 전환된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글로벌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게 된 근본 원인은 휴대폰 시장의 중심이 스마트폰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글로벌 트렌드를 제때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고 지적한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은 이미 오래되었지만 스마트폰 사업부를 만들고 본격대응에 나선 것은 지난해 연말이었고, 연초부터는 ‘반격예고’를 소리 높여 외치기도 했지만 여전히 ‘본편’이 나올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LG는 연초부터 ‘스마트원’이라는 합숙소를 만들어 100여명의 연구원이 스마트폰 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상반기 출시한 ‘안드로원’은 LG 휴대폰의 ‘저가 이미지’만 고착시켰고, 하반기 출시된 ‘옵티머스Z’에 대해서도 시장의 반응은 썩 신통치 않았다.

내수용 리더십, 글로벌 경쟁 불가능

▲ 남용 부회장

사실 ‘남용’식 리더십으로 LG전자의 미래성장동력을 만들 수 없다는 지적은 그의 취임 초부터 제기되었지만 구본무 회장(혹은 구자경 명예회장)은 남용을 LG전자 사령탑으로 낙점했고,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는 ‘재선임’까지 시켜줬다.

남 부회장 특유의 ‘쥐어짜내기식 공격경영 스타일’은 그의 임기동안 LG텔레콤은 놀라울 정도의 양적 성장을 거둘 수 있게 만들었고, 그의 이러한 특기는 LG전자 CEO로 있으면서도 발휘되었다. 남 부회장 재임기간 LG전자의 주가도 시장 흐름과 비교해 나쁘지 않았기에 LG오너 일가 입장에서 남용 카드를 쉽게 버리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수시장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경쟁하는 이동통신사업과 달리 전자사업은 세계를 무대로 싸워야 하는 법.

3년간 쥐어짜낸 LG전자의 성장동력이 마침내 취임 4년째인 2010년에 들어 결국 바닥이 났다는 것이 3분기 실적을 통해 드러난 셈이다.

LG통신사업의 선례…구본준 빨리 극복할 수 있나?

구자경 명예회장의 비서출신인 남 부회장은 1998년부터 2006년까지 LG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을 지내면서 LG의 통신사업이 3세대 이동통신 진출을 포기하는 과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LG 통신사업이 만년 3위를 못 벗어나게 만든 구조형성의 장본인이다.

2000년부터 2006년 사이 3세대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갖은 우여곡절을 겪은 LG텔레콤은 “2세대 사업만으로도 돈을 버는데는 충분하다”며 결국 3세대 사업을 포기했고, ‘쇼’와 ‘티’가 각축하고 있는 국내 통신시장에서 LG의 존재감은 점점 흐려져가고 있다.

올해 1월 통신3사를 통합해 5월 LG U+라는 이름으로 새출발한 LG의 통신사업이 LG라는 브랜드가 부끄럽게 틈새시장에 주력하는 ‘저가브랜드’로 고착된 것도 남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만들어놓은 구조를 아직 벗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현재의 LG유플러스 경영진에 비해 구본준 부회장이 유리한 입장에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구본준 체제에서 의사결정은 더 빠르고 과감해질 수 있을 것이고, LG전자가 남용 리더십에 지배되어있던 기간도 LG텔레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이다.

17일 LG전자 주가는 3분기 영업이익 적자 전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바닥으로 고꾸라지다가 남용 부회장의 사임 소식이 알려지면서 급반등하기 시작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근 한달만에 10만원대를 회복했다.

‘남용의 LG전자’ 3년 9개월 동안 사그라들어가던 성장잠재력을 ‘LG일가 오너쉽’의 일원인 구본준 회장이 LG전자의 새 사령탑으로 등장함으로써 다시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투자자들이 갖고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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