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압박 속 이사회 '운명의 날' 분수령..라 회장 "이사회서 봅시다" 여운 남겨
[매일일보] 상처뿐인 '자진사퇴'냐 아니면 '마이 웨이(MY WAY)'냐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에게 '운명의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라응찬 회장은 지난 25일 일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자신의 거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신상훈 사장에 대한 사과설에 대해서도 “그런 말 한적 없다”고 일축했다.
일단 라 회장은 현재 사퇴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도 ‘조기 사퇴’에 대해 거부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라 회장은 이번 일본 출장의 핵심이었던 일본 주주들에 대한 설득에 실패했다고 알려졌음에도 이날 다소 의연한 모습을 드러내 궁금증 자아내고 있다.
이와 관련 라 회장의 거취표명의 연장선에서 조금이나마 유추할 수 있는 단초는 바로 입국 날 그가 꺼낸 말 한마디가 현재로서는 유일하다.
이날 라 회장은 ‘경영권 참여 지속’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사회 때 보자”는 말로 묘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이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인 것.
라 회장이 이번 이사회에서 취할 수 있는 것은 '자진사퇴 및 동반사퇴'나 '경영참여 지속'을 전제로한 '버티기 모드'를 깨내드는 것 이외에는 운신의 폭이 한정돼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라 회장에게 이번 이사회는 '거취'를 가늠할 '마지막 기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라 회장이 이미 등을 돌린 재일교포 주주들에 대한 재설득에도 실패한 만큼 오는 30일 이사회를 통해 ‘자진사퇴’ 혹은 ‘동반사퇴’를 염두한 것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라 회장이 ‘국감 증인’에 출석을 피하기 위해 일본 출장을 결행하는 모습에 비춰봤을 때, ‘사퇴’ 쪽보다는 ‘경영참여’ 의지를 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달 4일에서 오는 30일로 변경된 신한금융 이사회를 준비하기 위해 귀국일정을 2일이나 앞당긴 것만 봐도 라 회장의 경영참여 의지가 강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는 것.
그런 까닭에 라 회장이 이번 이사회를 통해 소명하는 한편 현재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후계구도에 대해 설명하는 등의 설득작업을 통해 다시 한 번 경영참여 의지를 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런 만큼 재일교포 주주들이나 앞으로 금융당국 등의 제제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버티기 모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무엇보다 재일교포 주주들과 이사회의 사퇴 압박과 함께 앞으로 예상되는 금융당국의 제제 등을 감안할 때 현재 라 회장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게 금융권 아팎의 지배적인 시각에서 '양자 택일'이라는 상황에 내몰린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에 따라 오는 30일 신한금융 이사회는 라 회장에게는 이 두가지 선택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운명의 날'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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