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을 ‘때려라’, 이명박은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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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을 ‘때려라’, 이명박은 ‘막아라’
  • 최봉석 기자
  • 승인 2007.03.23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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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때리기 2라운드…彼我 구분없는 ‘맹공격’에 이명박 ‘진땀 나네’

[137호 정치]

지지율 큰 변화없어 외견상 ‘평온함’ 분위기 연출
검증논란 “지금부터 시작”, 李 ‘직접 반격’ 나설까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변함없이 고수하고 있는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대선 레이스 내내 범여권은 물론 당내 대권 라이벌 및 열린우리당 나아가 청와대의 집중포화에 끊임없이 시달리고 있다.

때문에 이 전 시장측은 이 같은 정치권의 공세가 대선전으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쓴잔’을 마시지 않기 위해 조기차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 전 시장에 대한 공세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 시끄러워졌다는 게 일반적인 평.

그렇기 때문에 이 전 시장 캠프측은 “역사적으로 보면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을 할 때 시끄러운 것이 일반적이었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잘될 것”이라며 ‘문제 없다’는 반응이지만, 대선 판도를 결정지을 중대 변수가 ‘이명박 검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까닭에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이 전 시장측은 처음부터 ‘싹을 뿌리채 뽑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외견상 이 전 시장측은 일단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의 지지율에 별다른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지율 고공행진을 벌이는 이 전 시장을 상대로 당내 다른 대선후보들은 물론 범여권의 후보들도 ‘절대 대적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인 평가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법률특보를 역임했던 정인봉 변호사의 폭로 기자회견,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 출신인 김유찬씨의 ‘위증교사 및 살해협박’ 등 한나라당을 한동안 내분으로 끌고 갔던 검증논란은 이 전 시장을 한때 위험수위에 근접하게 했지만 판세를 뒤집지는 못했다는 게 정치권이 내놓는 분석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한 검증론을 다시 도마 위에 올려놓은 지난 20일자 MBC PD수첩과 관련해선, 박 전 대표측이 “여론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며 내심 기대를 거는 눈치임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제작 의도에 강한 의구심을 표하며 ‘유감’의 뜻을 담은 서면을 발송한 뒤 항의방문을 하는 등 사실상 이 전 시장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또한 대선레이스가 본격화 된 시점인 지난 1월부터 박 전 대표와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이 전 시장이 내놓았던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문제가 많다며 이른바 ‘쌍포 공격’으로 이 전 시장을 몰아세웠으나, 두 사람의 합동공격은 결국 무위에 그쳤다는 평가다.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범여권과 민주노동당 그리고 박 전 대표 역시 지난 13일 열린 이 전 시장의 출판기념회를 겨냥해 사조직 동원 등 불법의혹까지 제기하며 맹공을 가했지만, 이미 선거법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국민적 지지도는 변함없이 고공행진을 유지 중이다.

‘손학규의 탈당은 이명박에게는 치명적이 될 것’이라는 일각의 분석 역시, 손 전 지사가 끝내 탈당을 결행한 직후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여주듯 이 전 시장은 지지율에 큰 변화가 없어, “이명박이 결국 손학규를 탈당시켰나”라는 쪽으로 대세가 기울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통합신당모임 이강래 의원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손 전 지사가 탈당한 것은 현재의 상황에서 경선을 해봐야 뻔하다는 판단에서 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이 경합을 한다지만 여론조사에서 이미 답이 나와 있다”고 말해, ‘이명박 대세론’을 통합신당파측에서 인정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 상태다.

‘생채기’ 오히려 ‘순기능’ 되나, 해석도

이 전 시장측은 이런 정치 판세 때문에 수많은 ‘검증’ 공세를 두고, ‘사전 검증으로 인한 논란과 비용을 흔쾌히 지불한 것’ 쯤으로 자체 분석 중이다. ‘생채기’를 안고 대선에 나서고 있지만 오히려 대권행보에 도움을 주는 ‘순기능’이 크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두 번의 대선실패를 경험한 한나라당, 그리고 그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 전 시장의 입장에선 본인에 대한 작금의 공격을 무작정 담론(談論) 수준으로 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상대 후보진영의 태클은 누가 뭐래도 ‘현실’이기 때문에, 앞으로 다양한 의혹들이 끊임없이 제기될 것으로 보이고 그래서 이 전 시장측 캠프는 ‘폭풍전야’와 같은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긴장감’이 흐를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검증론이 당내 경선국면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선이 늦춰진 현 모습은 이 전 시장이 ‘공격받을 기회가 많아졌다는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당내 경선이 기존 6월에서 8월로 연기되면서 경선전은 ‘장기전’으로 돌입한 상태다. 그래서 상대 주자에 대한 검증공세가 재연될 확률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데, 실제로 그 같은 조짐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전 시장측에서 볼 때 ‘셈법’이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산사 칩거 및 탈당 파문 속에서 잠시 뒤로 물러섰던 검증 논란은 김유찬씨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위증교사 및 살해협박’ 주장을 또다시 퍼뜨리면서 다시 촉발되는 분위기다.

김유찬씨는 최근 각 언론사 정치부 기자들에게 보낸 보도자료를 통해 “한나라당이 아직 채 자당의 대통령후보로 등록조차 되지 않은 잠재적인 대권후보를 감싸고 있다”고 지적한 뒤, “후보검증논란 사태는 한나라 후보검증위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아직 휴화산에 불과하며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시장을 다시 ‘정조준’하겠다는 의지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박근혜 전 대표의 측근인 유승민 의원은 지난 22일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 김유찬씨의 ‘위증교사’ 주장에 대한 검증위의 ‘재검증’을 주장하며 김씨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섰다. 김씨가 최근 제기한 ‘성접대’ 의혹에 대해서도 “당연히 검증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 李 또다시 ‘정조준’
 
설상가상으로 군사평론가 지만원씨 역시 이 전 시장의 사상적 정체성 및 병역 의혹을 계속 물고 늘어지고 있다. 언론의 큰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보수논객으로 분류되는 지씨는 지난 20일 중구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전 시장에 대한 출생 의혹과 병역면제 의혹을 제기했다. 지씨는 최근 이 전 시장으로부터 ‘근거없는 의혹만 제기하고 있다’면서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된 바 있고 지난 14일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청와대도 이 전 시장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노 대통령은 신년회견에서 “실물경제 좀 안다고, 경제 공부 좀 했다고 경제 잘하는 게 아니”라고 공격하는 등 한반도 대운하와 경제 성장률 공약 등에 대한 이 전 시장의 사고방식을 줄곧 비난해왔다.

노 대통령이 그동안 열린우리당 김근태, 정동영 전 의장은 물론 박근혜 전 대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등에게 정치적 논쟁으로 인한 그 어떤 ‘답안지’가 필요할 때마다 맹공을 퍼부어왔던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청와대가 이 전 시장에 대한 검증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가능성은 커 보인다.

실제로 청와대는 지난 20일 청와대브리핑에 게재한 ‘참여정부 4년 평가와 선진한국 전략’이라는 연재글을 통해 이 전 시장이 ‘집권시 경제성장률 7% 달성’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것과 관련, “만일 7% 성장 공약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더 큰 부작용을 후세에 남길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열린우리당도 가세한 모습이다. 오영식 전략기획위원장은 지난 20일 오전 국회 당의장실에서 열린 통합추진위원회 석상에서 “손 전 지사가 탈당하면서 얘기하고 있는 (이 전 시장에 대한) 의혹들이나 문제제기에 대해서 어떠한 형태로든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민병두 의원은 같은 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 전 시장의 출판기념회와 관련) 금품 수수의 의혹이 있다면 선관위나 검찰이 진상조사에 나서야 하고 한나라당도 이를 국민 앞에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리당 전국여성위원회 소속 신명, 홍미영 의원은 지난 22일 국회 기자실을 찾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 전 시장의 성접대 의혹에 대한 진상을 명백히 밝혀야 할 것”이라며 “또한 성 접대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 전 시장은 국민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정계를 떠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계 은퇴” 촉구 목소리 높아져

장영달 원내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전 시장이 대선을 앞두고 ‘빌 공(空)’자 공약을 남발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경부운하”라며 “한반도 경부운하 공약에 대한 검증을 추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검증을 시도할 태세다. 이 때문에 이 전 시장에 대한 ‘검증의 그림자’는 너무도 짙고 넓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 시장은 본인 스스로의 직접적인 언급은 최대한 자제하고 측근을 통해 해명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 전 시장을 가장 많이 변론하는 사람은 최측근인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 그는 당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거나 기자실에 보도자료를 직접 배포하고 잇따라 방송에 출연, 보디가드적 기질을 발휘하며 이 전 시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 21일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이 전 시장에 대한 의혹과 관련해 “당 경준위에서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고, 박 전 대표측 인사들이 많은 검증위조차 근거가 없고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인봉도 나오고 김유찬도 나오고 난리를 피우는데, 결국 새로 나온 것은 하나도 없고 과거에 재판한 얘기들 뿐”이라며 “상대를 흠집내는 것은 그만 접고, 정책대결로 나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명박 전 시장의 ‘입’도 ‘침묵’을 고수하는 것은 아니다. 이 전 시장은 손 전 지사의 ‘개발독재시대 잔재’ 발언에 대해 지난 21일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자유시민연대 초청강연에 참석, “생각을 바꾸고 시대에 앞서는 건강한 보수가 돼 보수주의 나라로 되돌려 놔야 한다”고 직접 반격했다.

정 의원은 이에 대해 “이 전 시장은 여러가지 네거티브 공방에 대해 계속 인내하고 있다”며 “그런 스탠스를 유지할 경우 현 지지율이 끝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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